크고 시끄러운 알람 소리를 듣고 깨는 것은 몸에 각종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람으로 기상하는 당연한 행동이 사실 우리 몸엔 안 좋은 습관이었다. 고대안산병원 의생명연구센터 신철 교수는 "알람은 억지로 깨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신체에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잠이 안오는 불면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알람은 꼭 필요한데, 악영향을 덜 받는 방법은 없을까?
◇깜짝 놀라게 하는 알람, 스트레스로 작용해
수면은 생체 시계에 맞춰 돌아가는데, 이 시계를 조절하는 건 소리가 아닌 '빛'이다. 신철 교수는 "잘 때 생체 시계에 맞춰 체내 모든 호르몬이 조절된다"며 "낮과 밤에 적응하고 인체는 빛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진화했다"고 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시신경은 빛을 감지해 생체시계를 각성 주기로 유도한다.
알람 소리로 자다가 억지로 일어나게 되면 호르몬 교란이 생길 뿐만 아니라, 뇌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아드레날린, 에피네프린, 코르티솔 등이 분비되면서 교감 신경이 흥분해 평소 일어날 때보다 더 혈압은 올라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혈당도 올라가게 된다. 신철 교수는 "큰 알람 소리로 깜짝 놀라며 일어나 교감신경이 극도로 활성화되는 일이 반복되면, 혈압·혈당 급증, 긴장과 같은 신체 반응이 만성화된다"며 "심혈관질환, 당뇨, 대사증후군, 우울증 발병 위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간혹 알람을 듣고 한 번에 잠에서 깨지 못해 여러 번 울리도록 설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습관은 더 건강에 안 좋다. 수면 관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수면 관성은 졸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통 3단계 수면이라고 불리는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깼을 때 커진다. 수면은 꿈을 꾸는 상태인 렘수면과 꾸지 않는 비렘수면으로 나뉘고, 비렘수면은 다시 옅은 잠인 1, 2단계와 3단계로 나뉜다. 아침에는 보통 3단계 수면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 반복된 알람으로 각성했다 다시 잠들면 깊은 수면을 하게 하는 수면 호르몬인 아데노신 분비가 활발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는 만성피로로 이어진다. 비몽사몽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짧은 낮잠으로라도 보충해주는 게 좋다.
◇건강한 수면 습관 잡는 게 우선
알람 없이 일어나는 게 가능하려면 일단 규칙적이고 건강한 수면 습관부터 잡아야 한다. 미국 노터데임대 연구팀이 450명을 대상으로 기상 알람에 반응하는 사람의 수면 습관을 살폈더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등 나쁜 수면 습관이 배어있는 사람일수록 알람을 듣고 한 번에 못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건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서 7시간을 뺀 시간에는 반드시 잠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전 최소 2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삼가야 한다. 음식 섭취는 자율신경계와 심장을 쉬지 못하게 해 수면을 방해한다. 적어도 1시간에서 30분 전에는 TV나 스마트 폰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뇌를 자극해 일주기 리듬을 뒤로 미룬다. 대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몸을 이완된 상태로 만들어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 잠자기 90분 전 약 40~42도 물로 하는 목욕이 침대에 누운 후 잠에 빠져드는 시간을 평균 10분 정도 당긴다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 연구 결과도 있다. 잘 땐 빛을 차단하고, 최대한 생각을 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30분이 지나도 잠이 들지 않는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차라리 일어나 독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은연 교수는 "스마트 워치를 차고 7~10일 정도 수면 주기를 측정해보면 수면의 질이 좋은지 대략 확인할 수 있다"며 "수면이 깊어졌다가 얕아지는 사이클이 3~5번 정도라면 정상"이라고 했다.
◇기상, 소리보단 빛 이용해야
몸에 가장 좋은 기상 방법은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어렵다면 타이머를 설정할 수 있는 불빛 알람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려면 환한 빛이 눈에 닿아야 효과적이다. 꼭 소리 알람이 있어야 한다면 한 번만 맞추고, 음악은 안정된 상태로 깰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신철 교수는 "물소리 등 백색소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적절한 볼륨으로 울리게 하면 큰 알람 소리로 깜짝 놀라며 일어날 때 생기는 신체 변화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2/03/20230203016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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