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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50세 이하' 대장암 사각지대 될라… '국가 검진' 필요성 대두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9. 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장암은 유독 국내 발병률이 높은 암이다. 기존에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에게 주로 발생한다고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환자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젊은 층은 대장암에 대한 경각심이 낮고 늦게 발견할 위험이 높아, 치료 예후 또한 좋지 않을 때가 많다. 대장암이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독한 암’인 이유다.

◇한국, 20~49세 대장암 발생률 세계 1위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대장암 진단 건수는 2019년 기준 2만9030건(11.4%)으로, 전체 암(25만4718건) 중 4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에서 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생각해왔으나, 서구화된 식습관과 이로 인한 비만,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증가와 함께 매년 환자 수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50세 이하의 ‘젊은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젊은 층은 혈변, 복부 불편함 등과 같은 증상이 있어도 대장암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대장암 위험인자인 ▲과체중 ▲비만 ▲만성염증 ▲당뇨병 등을 겪는 사람들의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20~49세 인구 10만명 당 대장암 발생률은 12.9명으로 세계 1위다(2022 랜싯 소화기 저널).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조용범 교수(대한대장항문학회 섭외홍보위원장)는 “젊은 대장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육류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과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문화 등으로 인해 젊은 대장암 환자, 특히 젊은 남성 직장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젊을수록 발견시기 늦어… 예후 안 좋을 수밖에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암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대장암 사망자 수는 10만명 당 17.4명에 달한다. 폐암(36.4명)·간암(20.6명)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위암(14.6명)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젊은 층의 경우 발견 시기가 늦어 암이 오랜 기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예후, 재발, 사망 위험 또한 높은 편이다. 2016년 미국외과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하 대장암 환자는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첫 진료를 보기까지 평균 217일이 소요됐다. 증상이 있어도 7개월이 지나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게 된다는 의미다. 50세 이상 대장암 환자가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약 한 달(평균 29.5일)가량 소요된 것과 비교된다.

문제는 젊을수록 암 세포 성장·분열 속도가 빠름에도, 50세 이하는 대장암 선별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조용범 교수는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50세 이하 대장암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난 후 뒤늦게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부분 2~3기, 심하면 4기로, 예후가 안 좋고 치료 후 재발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젊은 층도 경각심 필요… 국가건강검진에 대장내시경 포함해야”
젊은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50세 이하 역시 대장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진 않아도, 혈변, 빈혈, 복통, 급격한 체중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배변습관 변화 등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아야 한다. 특히 대장암 가족력이 있을 경우 45세 이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젊은 대장암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면 국가건강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하고 대상 연령을 낮추는 한편,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련 자격을 심사·인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용범 교수는 “현재 분변잠혈반응검사가 국가암검진 사업에 포함돼 있으나, 이 검사만으로는 조기 대장암을 발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주기적으로 안전하게 대장내시경을 받을 수 있는 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대상 연령을 낮춘다면 대장암 발견 시기를 앞당겨 치료 성적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해 노년층에서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환자까지 많아지면 전체적인 환자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연령에 관계없이 경각심을 갖고, 식습관 개선, 운동, 정기 검진 등을 통해 대장암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9/07/2022090701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