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은 갑상선 가까이에서 확대된 시야를 두고 진행한다”며 “어느 수술법보다 정밀하게 후두 신경을 보존하고 목소리도 지켜낸다”고 말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은 기도·경동맥 등 갑상선 주변 구조가 복잡하고 외부 노출이 잦아 수술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목 아랫부분을 5~6㎝가량 자르는 절개법이 주로 시행됐으나, 현재는 내시경, 로봇수술 등 첨단 의료기술들도 적극 사용되고 있다. 특히 로봇수술은 로봇 팔을 여러 각도로 움직이며 수술 부위를 확인·절제함으로써, 위치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 내시경 수술의 한계까지 보완했다. 최근에는 입 안을 통해 갑상선만 정교하게 절제하는 '경구로봇갑상선수술(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 TORT)'을 실시해 환자들의 부작용·후유증 또한 최소화하고 있다.
갑상선암 명의이자 TORT 창시자인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훈엽 교수를 만나 갑상선암 로봇수술에 대해 들었다.
―갑상선암은 어떤 질환인가?
"갑상선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다. 갑상선암이란 갑상선에 생기는 악성 결절로, 모양이나 암세포 종류 등에 따라 유두암·여포암·수질암·미분화암으로 나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람은 발병 위험이 높으며 여성 또한 남성보다 발병률이 4~5배 높다. 다발성 내분비 종양 증후군 2형, 가족성 수질암 등 일부 유전적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초기에도 수술이 필요할까?
"사람마다 다르다. 암 크기가 1㎝를 넘지 않는 초기 암이어도 위치가 기도, 식도, 경동맥, 후두 신경 등 주요 구조물과 인접했다면 조기수술이 유리하다. 또한 젊은 환자는 암이 빨리 자랄 수 있고, 남성 환자도 림프절 전이가 잘 돼 수술을 적극 권하고 있다."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이란?
"입 안쪽 점막을 통해 3개의 정밀 로봇수술기구를 넣고 진행하는 수술이다. 기존 절개술보다 정밀 조작이 가능하며, 수술 범위를 20~30배 확대해 암을 세밀하게 보면서 제거할 수 있다. 3D 영상 시스템이나 다각도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 관절을 사용함으로써 내시경 수술보다 한층 정교한 수술도 가능하다.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을 실시할 경우 매우 작은 후두 신경인 '되돌이 후두신경' '상후두신경 외측가지'도 살릴 수 있고, 기존 내시경·로봇수술보다 수술 부위가 작아 회복 시간이 비교적 짧고 통증도 적다. 구강 점막 내 수술 흉터는 한 달 정도면 사라진다."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가?
"특별히 제한적이거나 적용이 어려운 환자는 없다. 다만, 일반적인 로봇갑상선수술이 그렇듯 측경부 고위부에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암이 기도·식도에 직접적으로 침윤한 경우, 드물게 저분화·미분화성으로 예후가 나쁜 경우, 로봇수술이 권장되지 않는다."
―TORT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08년부터 양측 겨드랑이와 유륜을 통해 로봇 기구를 넣는 BABA(Bilateral Axillo-Breast Approach) 로봇수술로 환자를 치료해왔으나 마음 한 곳에 늘 의문이 남아 있었다. 전통적 수술법처럼 목에 흉터는 남지 않지만, 기존 로봇수술들 역시 수술 범위가 넓고 수술 시간이 길어 부작용이 생길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겨드랑이나 가슴 부위에 흔적이 남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세계 각국에서 발표된 여러 논문을 검색하며 NOTES(자연 개구부 내시경 수술 또는 무흉터 내시경 수술)를 접했고, 이를 갑상선 수술에 접목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오랜 시간의 실험과 연구를 통해 경구로봇수술법을 개발하게 됐다."
―최근 TORT 1000례를 달성했는데?
"해외 각국에서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을 주목하고 적극 시도 중이며, 그만큼 빠른 속도로 수술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환자를 위한 최상의 수술법이고 환자 만족도 역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수술이 전통 수술법에 비해 표준화하기 쉽고 교육·전수가 용이하다는 점도 수술법이 빠르게 확산된 요인 중 하나다."
―향후 갑상선 로봇수술 기술에 대한 전망은?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이 개발·발표됐을 때 수술의 효과뿐 아니라 몸의 자연개구부(自然開口部)를 이용했다는 접근 방법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자연개구부를 이용할 경우 흉터를 아예 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경구로봇갑상선수술이 미래 수술법 개발의 모범사례가 돼, 환자 중심 의료의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하고 연구·개발하는 데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07/20220607014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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