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박경식 교수가 로봇 수술 기기인 다빈치 Xi 로봇 앞에 서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갑상선암은 가장 흔하면서, 동시에 착하다. 10년간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5년 생존율은 무려 99% 이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하는 오해. '갑상선암 수술은 미뤄도 된다.' 그러나 갑상선암도 암이다. 갑상선암 환자에서 근처 림프절 전이는 빈번하게 관찰되는 데다, 드물게 뼈나 폐로 원격 전이하기도 한다. 갑상선 미분화 암이거나 역형성 암은 매우 빨리 커지기도 한다.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박경식 교수는 "다른 암처럼 갑상선암도 수술이 원칙이고,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로봇을 사용한 갑상선암 수술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수술받아야 할 때는…
자신에게 맞는 수술을 고르려면 먼저 암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을 때 검진으로 발견된다. 이땐 수술 예후가 좋다. 암 덩어리가 4~5㎝ 이상 커지거나, 작더라도 암이 주변 조직을 침범했다면 증상이 나타난다. ▲목에서 혹이 만져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하거나 ▲목소리가 쉬는 식이다. 이땐 성대나 기도 등에 이미 암이 침범해 식도 등을 잘라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55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갑상선 초음파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암이 ▲기도·식도·성대 신경 근처에 있거나 ▲피막을 뚫고 나갔거나 ▲림프절로 전이 됐거나 ▲다른 장기로 원격전이 됐거나 ▲예후가 나쁜 세포(키큰세포, 말발굽세포, 원주세포, 저분화, 미분화, 수질암)이거나 ▲양성종양이라도 4㎝ 이상으로 크다면 수술해야 한다. 갑상선암 수술 종류를 고를 땐 합병증을 고려해야 한다. 예후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갑상선은 기도, 식도, 경동맥, 부정맥 등으로 둘러싸여 정교한 수술이 필요한 부위다. 자칫 출혈, 부갑상선 손상, 목소리 이상 등 수술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로봇 수술, 합병증·흉터 줄여
갑상선 수술로는 직접 잘라 부위를 보면서 수술하는 절개법과 특정 부위에 터널을 만들어 수술 장비를 집어넣는 내시경 접근법이 있다. 내시경 접근법은 다시 기존 내시경을 이용하는 내시경 수술과 로봇 장비를 이용한 로봇 수술로 나뉜다. 이 모든 수술법 중에서 가장 정교한 것은 로봇 수술이다. 박경식 교수는 "로봇으로는 수술 부위를 3D 카메라로 고배율 고해상도로 확대해 볼 수 있고, 장비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실제로 출혈, 부갑상선 기능 회복, 목소리 신경 보존 등 합병증을 줄이는데 로봇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 근처에 있는 부갑상선 혈관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성대에 연결된 신경도 많아 자세히 볼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건국대병원에서 사용하는 최신 사양 로봇기기인 다빈치 Xi 로봇은 10배 이상 해상도로 확대할 수 있다. 게다가 로봇 수술은 수술 후 생기는 흉터도 매우 작다. 로봇 갑상선 수술은 절개 부위에 따라 TA(겨드랑이), BABA(겨드랑이와 유륜), TORT(경구강) 세 가지로 나뉜다. 박경식 교수가 주로 시행하는 BABA는 양 겨드랑이 주름과 유륜 부위를 각각 약 8㎜ 정도만 절개한다. 절개 부위가 작다 보니 회복도 매우 빠르다. 수술받고 일주일 만에 샤워, 가벼운 운동, 사무업무 등을 할 수 있다. TA 수술은 한쪽 겨드랑이를 5㎝ 정도로 잘라 수술하고, TORT는 입 속에 1㎝ 정도 구멍 3개를 내 수술한다. 합병증 발병 위험을 줄이고, 흉터도 작아, 로봇 수술은 실제로 가장 많은 환자가 찾는 수술법이다.
박경식 교수는 "열 명 중 일곱 명은 로봇 수술받는다"며 "지금까지 로봇 수술을 집도한 환자 중 재발한 사람이 없었고, 출혈이 난 경우도 0.003%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은 대부분 갑상선 암 환자가 받을 수 있다. 다만, 암이 기도에 침범 또는 전이 됐거나 크기가 4㎝ 이상이고 딱딱하다면 절개 수술이 권장된다.
◇수술 전 집도의 경험 살펴야
로봇 수술을 고려할 때는 센터별로 수술 방법도 다양하고 집도의의 경험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특히 전문의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더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박경식 교수는 "갑상선은 식도 때문에 살짝 왼쪽으로 올라가 있는 등 수술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며 "여러 합병증을 고려할 수 있는 임상 경험과 숙련도가 뒷받침돼야 더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식 교수는 2008년, 로봇수술이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서울대병원에서 200차례 진행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건국대병원에 로봇 갑상선암 수술이 도입된 후, 첫 번째 로봇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박경식 교수는 "첫 케이스라 부담도 있었던 데다가, 측경부 전이까지 있었던 복잡한 수술이었다"며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현재 그 환자가 수술받은 지 5년 됐는데 상태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박경식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섭외이사, 최소침습로봇내시경갑상선수술연구회 정보이사, 대한외과학회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수술받을 곳을 정했다면, 수술을 진행할 전문의가 갑상선암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 자료 등으로 정보를 숙지한다. 수술 후에는 갑상선호르몬 조절이 어려워 체중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데, 적절한 체중 유지를 위해 운동과 식이 조절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5/24/20220524015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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