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훈 교수가 담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담도암 항암제 병용 요법이 담도암 국제 표준 기준에 반영될 전망이다. 담도암은 항암제 치료 시 1년 생존율이 약 40%일 정도로 치료가 매우 어렵고, 2차 치료 역시 쉽지 않아 세계 표준 치료법조차 없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팀은 1차 항암제 치료에도 암이 진행한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2차 담도암 항암제 단독요법과 리포좀이리노테칸(Liposomal irinotecan)과의 병용요법을 비교한 결과, 암 무진행 생존기간이 약 1.4개월에서 약 7.1개월로 약 반년 정도 많이 늘어났다고 최근 밝혔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우수한 연구 계획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담도암 치료 성적 향상을 이끌어내, 담도암 2차 항암제 치료의 국제 가이드라인 개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담도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약 3분의 2가 수술이 어려운 상태에서 발견돼 항암제 치료에 들어간다. 1차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항암제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되는 경우 최근까지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 치료가 없었다. 그동안 다른 소화기암에서 사용되어왔던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항암제 요법을 2차로 시행해 왔는데,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유창훈 교수팀은 췌장암과 담도암의 종양학적 특성이 비슷한 점을 바탕으로, 먼저 담도암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췌장암 치료에 사용되어 온 리포좀이리노테칸 항암제가 담도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 후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실제로 밝히기 위해 2018년 9월부터 2020년 2월 사이에 1차 항암제 치료 후 암이 진행한 담도암 환자 174명을 플루오로우라실 단독 요법 집단과 플루오로우라실-리포좀이리노테칸 병용 요법으로 나눠 치료했다.
평균 약 11.8개월 동안 2주마다 항암제 치료를 시행하며 추적 관찰한 결과, 단독 요법 집단의 암 무진행 생존 기간이 약 1.4개월이었으며 병용 요법 집단은 약 7.1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항암치료로 흔히 사용되어왔던 플루오로우라실 단독 요법은 평균 암 무진행 생존기간이 2개월도 안 되지만 플루오로우라실-리포좀이리노테칸 병합요법을 사용한 결과 무려 약 6개월이 향상된 것이다.
암이 부분적으로 관해된 비율은 단독 집단과 병용 집단에서 각각 약 6%, 15%였으며,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은 비율은 약 29%, 약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도암 2차 항암제로 플루오로우라실과 리포좀이리노테칸을 병용했을 때 기존 플루오로우라실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암이 현저히 늦게 진행된 것이다.
또한 환자들에게 유럽암연구치료기구(EORTC)가 개발한 삶의 질 측정 지표(QLQ-C30)를 활용해 설문한 결과, 두 집단 간 환자들이 느끼는 삶의 질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연구자인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많은 담도암 신약 임상연구가 실패해 왔는데, 이번 연구로 생명의 마지막 문턱에 다다른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담도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치료 프로세스 개선 및 신약 개발 관련 국제 연구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됐으며, 종양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 IF= 41.316)’에 최근 게재됐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10/28/20211028013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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