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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폐경 여성의 비애... 뱃살·대장암 위험 함께 증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1. 5. 13.

여성 호르몬 줄며 지방세포 커져... 암 억제 기능 소실도

폐경 이후 복부에 살이 찌기 쉬운데, 이 살은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영국에서 마음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3년 전부터 극심한 피로와 불안함으로 몇 차례 의사를 찾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던 세 아이 어머니 제니퍼 챔버스(Jennifer Chambers·48)씨가 3기에 이른 대장암을 최근에서야 진단받았다. 그간 의사들은 갱년기 증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사례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실제로, 여성이 갱년기에 들어서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폐경 후 찐 뱃살, 대장암 위험 높여
폐경 이후엔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뱃살’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기전은 불분명하지만 역학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복부 지방 세포 크기가 커지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여성 호르몬 자체도 대장암 억제 기능이 있어, 폐경이 되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폐경은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배란과 여성호르몬 생산을 더는 하지 않아, 생리가 1년간 없을 때를 말한다. 폐경 전후 4~7년은 갱년기라고 한다. 실제로 갱년기 때 갑자기 뱃살이 늘었다는 중년 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kg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갱년기는 보통 4~7년 지속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3~6kg 정도가 찌게 된다. 급감하는 여성호르몬 외에도 성장 호르몬의 감소, 렙틴 호르몬 억제, 안드로젠의 과형성, 부신피질호르몬 분비 증가 등 각종 호르몬의 변화가 내장 지방 축적을 유발한다.

특히 여성에게 뱃살은 대장암 위험을 측정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 엠마 빈센트 교수팀이 대장암 환자 5만8221명과 대장암이 없는 사람 6만769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의 경우 복부비만율(WHR)이 대장암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WHR은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수치로 여성은 0.85, 남성은 0.9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간주된다. WHR이 0.07 올라갈 때마다 남성은 대장암 위험이 5% 올라간 것에 비해, 여성은 25%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체질량 지수(BMI)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허리둘레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은 다음, 배꼽을 기준으로 재면 된다.

◇증상으로는 알아채기 어려워
갱년기 증상과 대장암 증상은 다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는 “갱년기 증상과 대장암 증상은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럼 영국에선 왜 그런 착오가 생긴 걸까? 여성은 갱년기에 들어서면 몸에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반면, 대장암 초기는 증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장암으로 몸에 큰 변화가 생길 때까지 불안과 같은 미묘한 심인성 질환이 갱년기 증상으로 미루어 판단될 수 있는 것이다. 제니퍼 씨가 느낀 피로 증상이 대표적이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안면 홍조, 발한, 피로감, 불안감, 우울증, 기억력 장애, 수면 장애, 질염, 방광염, 급뇨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증상을 치료하지 않는다고 신체적 질병이 유발되진 않기에, 병원에서 갱년기 증상이라 진단받게 되면 호르몬 보충요법 외 다른 치료과정을 밟긴 어렵다.

반면 대장암 초기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된 증상으로는 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구토, 변비, 혈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복통, 복부 팽만, 체중이나 근력 감소 등이 있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45세 이상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대변 검사를 포함하고 있다. 신동욱 교수는 “대변검사 정확도는 50% 정도라 일주일 간격으로 3번 검사를 했을 때 거의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걱정이 된다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대장암 예방법은 정상 체중 유지
증상만으로 대장암을 유추할 수 없기에, 폐경 이후 가장 좋은 대장암 예방법은 결국 정상 체중 유지다. 폐경 전 비만하더라도, 폐경 이후 뱃살을 감량하면 대장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동욱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여성 약 600만명의 폐경 전, 후 비만도와 대장암 발생 위험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폐경 전에는 비만에 따른 대장암 발생 증가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폐경 후 정상 체중을 유지한 사람은 과체중인 사람보단 6%, 비만한 사람보단 13%, 고도비만인 사람보단 24%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더 낮았다. 신동욱 교수는 “폐경 후 비만이 되기 쉽지만, 암 발생에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부 지방은 신체 활동과 적절한 식이 요법으로 줄일 수 있다.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체중 증가가 가장 적었던 참가자 그룹은 신체 활동이 활발한 그룹이었다. 매일 30분 이상 숨찰 정도로 운동하면 된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다면 과도한 운동 대신 목적지를 둘러 걸어가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의 활동 강도를 30% 높여주면 된다. 복부 비만을 줄이는 데 좋은 운동법으론 ‘트위스터’ 자세가 있다. 상체를 세우고 양 무릎을 굽혀 앉은 뒤, 배에 힘이 가도록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히고 좌우로 몸통을 돌리면 된다. 이때 시선은 정면을 바라봐야 한다. 운동량은 10회씩 3세트 정도가 적당하다.

음식도 균형 있게 챙겨 먹어야 한다. 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면, 오히려 혈당을 높이기 위해 근육 속 단백질을 사용하게 된다.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면서 살이 더 찌기 쉬워진다. 따라서 탄수화물과 나트륨 섭취는 줄이고, 껍질 벗긴 닭고기, 기름기 없는 소고기, 두부, 계란 흰자 등 단백질을 갖춘 식단을 차려 먹는 것이 좋다. 폐경 증상이 심한 여성은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을 동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5/10/20210510013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