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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 예방법

자궁경부암 백신 '남성'도? 국가예방접종 확대 추진한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0. 12. 4.

의료계 전문가들은 공중보건을 위해 남성도 HPV 백신을 맞도록 권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초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연령과 성별을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대상이었던 만 12세 여아에서 만 18세 미만 남녀 모두를 포함하도록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HPV 바이러스는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지만, 남성에게도 드물게 음경암 등을 유발한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공중보건을 위해 남성도 HPV 백신을 맞도록 권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는 일부 여론도 있다.

◇HPV 바이러스, 남성에게 음경암·항문암 유발하기도

HPV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일부 유형은 자궁경부에 세포 변성을 일으켜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 환자 70%에서 HPV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는 양상을 보여 '성병'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성 경험이 전혀 없는 여성이 감염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HPV는 백신을 통해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고위험성 바이러스(HPV 16·18형)로부터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HPV 백신은 크게 ▲2가 ▲4가 ▲9가로 나뉜다. HPV 16·18형은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고, 여기에 다른 유형이 몇 가지 추가되는 방식이다. 이미 감염된 경우까지 막을 순 없기 때문에 성관계 시작 전 나이에 접종하도록 권장된다.

이처럼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암'은 자궁경부암뿐이다. 따라서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만 12세 여아로 한정돼 있다. 대상자가 아닐 때 자가 접종하려면 비용이 약 60만 원 상당으로 고가여서 접종률은 낮은 상황이다. 특히 '자궁경부암 예방'으로만 알려진 탓에 남성에게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 접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HPV 바이러스는 남성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HPV 바이러스는 남성에게도 음경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발병 위험을 높인다"며 "성 매개 감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녀 모두 HPV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효과성·안전성 증명… 해외는 이미 '종식'을 목표로

지난 8월에는 대한부인종양 춘계학회에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 확대가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화여대 약학대 손경복 교수팀의 연구 결과, 만 12세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을 접종했을 때 HPV 관련 암 환자 수는 남녀 모두에서 30% 감소했으며, 여아만 접종하는 경우보다 비용효과적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주웅 교수는 "접종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드는 비용보다, 접종하지 않음으로써 암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OECD 37개국 중 20개국에서 HPV 백신 필수 접종대상에 남아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2013년부터 HPV 백신 필수 접종 대상자에 남아를 포함했는데, 2034년에는 자궁경부암 연간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1명까지 떨어질 것을 예상하며 사실상 '종식'을 예고했다. 국제 의학지 '란셋(Lancet)'에도 100년 이내에 자궁경부암 사망률이 99%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가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목표한 대로 2030년까지 여성의 90%가 HPV 백신을 접종하고, 70%가 평생 두 번의 HPV 검사를 받는다는 전제하에서다.

한편 HPV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대상 확대를 반대하는 일부 여론도 존재한다. 과거 HPV 백신을 접종한 후 몇몇 부작용 사례가 나오긴 했지만, HPV 백신과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례는 없었다.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주로 10~20대에 맞기 때문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맞는 다른 백신보다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부작용이 더 많이 보고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다실, 서바릭스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1/30/20201130018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