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5] 최지형 오페라 연출가
"어깨 너머 배운 레시피로 경황없이 만든 첫 파스타가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였어요."
팬에 올리브유(올리오)를 두르고 빨간 고추(페페론치노)를 넣어 볶다가 저민 마늘(알리오)을 올렸다. 삶아둔 면을 보태 휘휘, 젓는 걸로 끝. 낯선 이국 생활의 시작이었다.
"자포니카 쌀을 구하기 어려워 밥 짓는 걸 포기한 상태였어요. 생존을 위한 파스타였죠."
생존 욕구가 진화를 일궈낸다. 봉골레(조개), 감베리(새우)를 추가하며 그의 파스타는 일취월장했다. 유일무이한 파스타 소스로 알았던 토마토도 여유롭게 소환했다. 잘게 간 고기와 야채를 넣어 끓인 라구소스로 볼로네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발 더.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였습니다. 파마산 치즈라고 부르는…. 그걸 곱게 갈아 파스타 위에 올리고 스스로 감탄했습니다."
이후 7년을 파스타로 '연명'하며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2000년을 코앞에 두고 귀국해 20년째 전업 오페라 연출가다.
"한국에선 희귀한 직업입니다. 다 해 봐야 10명 안팎일 걸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모차르트, 로시니, 도니체티 가리지 않고 연출했다. 그래도 여전히 막막한 길. 요즘엔 고전 오페라 대본을 한글로 옮기며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30권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라 트라비아타를 포함해 5개 끝냈습니다. 오페라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죠."
알아주는 이 없는 그의 작업이, 살아난 적 없는 한국 오페라시장을 자극하는 신의 한 수가 되기는 어려울까. 짭조름한 감칠맛으로 고단한 일상에 생기를 뿌려주던 그 옛날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 발효 과정에서 우유는 단백질을 이루던 아미노산의 일부를 분자 상태로 떨궈낸다. 치즈의 감칠맛은 그렇게 유리(遊離)된 글루탐산의 맛이다. 이탈리아의 파르마 지역에서 탄생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치즈 중에서도 딱딱한 편. 수분을 빼고 감칠맛을 한껏 끌어올렸다. '치즈의 왕'이란 별명은 그래서.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0/20200110001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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