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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의료 장비 한번에 제어… 수술 효율성 높인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9. 4. 24.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

의료진 동선 줄어드니 수술 집중력 향상
의사 개인별 '최적의 수술 컨디션' 설정
전선 천장 설치… 강화유리로 감염 예방
2월 신축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서 도입

간단한 모니터 터치만으로 의료기기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가 국내 처음으로 이대서울병원에 도입됐다.
간단한 모니터 터치만으로 의료기기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가 국내 처음으로 이대서울병원에 도입됐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날로 발전하는 수술 기술 못지 않게 '수술실' 역시 진화 중이다. 모니터를 한두 번만 터치해 의료기기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가 국내 처음으로 이대서울병원에 도입됐다. 엔도알파는 의료진 집중력을 높이고, 수술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의 효과를 낸다.

편리한 기기 조작으로 수술 시간 단축

엔도알파는 올림푸스가 수술 과정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수술실 통합 시스템이다. 전 세계 약 1500개 수술실에 엔도알파가 설치됐으며, 지역별로는 북미에 가장 많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일본, 호주, 태국 등에 도입됐다.

엔도알파의 핵심 기능은 다양한 의료기기를 한 자리에서 간편하게 조작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 간호사들이 여러 장비를 오가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이대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윤진 교수는 "수술 중에 간호사들은 의사 지시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 동안 의사가 기다리는 시간이 적지 않다"며 "엔도알파 덕에 이런 시간이 줄면서 의사 집중도가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종류별, 의사 개인별 가장 적합한 수술실 컨디션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미리 수술실의 적정 상태를 저장해 놓는 '프리셋(Preset)'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술 기기들을 개복 수술 모드, 복강경 수술 모드 각각에 맞춰 달리 저장해놓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복강경 수술 중 개복 수술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 의료진이 각 장비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개복 수술에 맞는 값으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 '개복 수술 모드' 버튼을 클릭하면 7~10개 장비가 개복 수술 맞춤형으로 한 번에 바뀐다. 낮은 조도의 불빛이 환한 조명으로 바뀌고 필요 없는 장비가 자동으로 꺼지는 식이다. 의사별로 자신이 선호하는 조도나, 의료기기 상태를 저장해놓고 쉽게 불러올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수술 시간이 짧아졌다. 일본의 한 대학병원 수술 사례 2500건을 조사한 결과, 연간 8일 이상의 수술 시간이 단축됐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디아코니 병원은 2011년 병원 리뉴얼을 하면서 8개 일반 수술실을 7개 엔도알파 수술실로 바꿨는데, 오히려 연간 수술 건수가 늘어났다.

수술실 통합시스템 '엔도알파'
전선 없어 이동 편리, 눈 피로도 줄여

엔도알파 수술실의 또 다른 장점은 수술실 바닥에 널려 있던 전깃줄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엔도알파 수술실에서는 장비들이 대부분 천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왕립병원 저스틴 로얄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엔도알파 수술실은 전선이 없어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전선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엔도알파 수술실 벽은 강화유리로 만들어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대서울병원 수술실 김진희 파트장은 "수술실 벽에 흠이 생기면 그 공간에서 균이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며 "강화유리 벽은 흠이 나지 않아 이런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눈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수술실 벽 색깔을 어둡게 조절 가능하고, 조명도 0~7단계로 세밀하게 분류돼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수술 상황을 생중계할 수 있는 '라이브 서저리'도 가능하다. 김윤진 교수는 "수술 중 다른 의료진의 조언을 들을 수도 있고, 학생 술기 교육용으로 쓸 수 있는 있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수술실이지만 조작법을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김진희 파트장은 "터치 패드 아이콘 모양이 기능을 쉽게 예측하게끔 만들어져 있어 익히기 쉽다"고 말했다.

신축·리모델링 병원 기반으로 확대 예정

엔도알파 수술실이 빨리 여러 병원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수술실 전체를 공사해야 해 병원을 신축하거나 크게 리모델링하는 시점에만 도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서울병원은 지난 2월 신축 개원했다. 올림푸스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대형병원들과 엔도알파 도입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며 "더불어 앞으로는 엔도알파가 의료진 편의뿐 아니라 수술실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줄이는 역할까지 명백히 입증받아 다양한 병원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