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바뀌었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더 철저하게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이 결정은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대한고혈압학회는 미국의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로 한 것이다.
◇고혈압 유병률 30.4%→49.2%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국내 환자에게 적용한 분석 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 성인 1만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감소했다. 국내 목표혈압으로 조절할 때의 고혈압 조절율은 59.5%였으나, 미국의 목표혈압을 적용했을 땐 16.1%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6%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21% 감소
주목할만한 점은 고혈압 환자들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기존의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나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지현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본인의 목표 혈압을 보다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강시혁 교수는 “사실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만큼,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2/20181002012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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