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스트레스(1)
(1) 자율신경과 면역체계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림프구, 과립구, 매크로파지(macrophage, 大食細胞)가 그것인데, 이 중 과립구가 전체의 약 60%에 해당되며, 림프구가 35%, 매크로파지가 5% 정도를 차지합니다. 림프구는 다시 T세포, B세포, NK세포 등 특징적인 역할을 가진 면역세포로 나뉘어집니다.
크게 봐서 과립구는 병균과 같이 덩치 큰 외적을 담당하고, 림프구는 꽃가루나 바이러스, 그리고 변형된 세포와 같이 크기가 작은 발병요소를 담당하여 처리합니다.
이들 백혈구는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자율신경은 심장 박동이나 소화기관의 움직임과 같이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뇌의 시상하부의 지시에 따라 장기(臟器)를 조절하는 신경을 말합니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交感神經)과 부교감신경(副交感神經)으로 나누어지는데 교감신경은 과립구의 분비를 돕고, 부교감신경은 림프구의 분비를 돕게됩니다. 과립구와 림프구의 역할 중 일부만 떼어서 설명하자면, 교감신경은 과립구의 분비를 도와서 염증 발생과 활성산소의 생성을 촉진하고, 부교감신경은 림프구의 분비를 도와서 암세포에 대한 면역활동을 강화시킵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각자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관계 속에서 작동합니다. 즉 교감신경으로 몸이 흥분하면 부교감신경이 작용하여 흥분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게 하는 식으로 서로가 시소처럼 번갈아 균형 있게 일을 하여 체내 환경의 안정이 유지됩니다.
그러나 이 균형이 깨지면 체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교감신경이 필요 이상으로 활동할 경우 외부 반응에 대한 인체의 반응성이 떨어지고 늘 무기력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반대로 하루 종일 교감신경이 예민하게 작동하는 경우 조그마한 반응에도 면역체계가 출동하여 활성산소를 쏘아대고 불필요한 염증을 유발합니다.
암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동하여 몸 전체의 긴장상태가 늘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수면 부족의 상태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면 교감신경의 긴장이 계속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교감신경이 활동하고 나면 곧 이어 부교감신경이 작동되어 이완 상태로 넘어감으로써 몸은 균형 상태로 돌아가지만, 무리를 계속하면 부교감신경이 일할 여유가 없어지고 몸이 계속 긴장상태로 남게 된다.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작동하면 활성산소의 과다 생성과 염증 유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혈관 수축에 의한 산소 공급의 부족 현상까지 초래됩니다. 교감신경은 혈관이 수축하도록 작용하므로 그런 사람의 혈관은 가늘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이 적어지므로 전신의 혈액순환량이 줄어 산소 공급도 동시에 떨어지게 됩니다.
암에 걸리기 쉬운 체질은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작동했을 때 생기는 것으로 다음의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과립구의 증가
활성산소를 대량 발생시켜 조직을 파괴한다. 이것이 암을 비롯한 염증성 질병 등 여러 가지 병을 낳는다.
2) 혈류 장애
교감신경이 분비하는 아드레날린은 혈관수축작용이 있다. 교감신경의 긴장은 전신에 혈행 장애를 일으킨다. 혈행은 산소와 영양을 온몸으로 보내고 노폐물을 회수한다. 이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세포에 필요한 산소나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노폐물은 정체하게 된다. 이렇게 발암물질이나 피로물질이 축적되어 통증이나 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3) 림프구의 감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시소처럼 움직이듯이 림프구와 과립구도 같은 형태로 작용한다. 교감신경이 긴장하면 부교감신경이 억제되어 그 지배하에 있는 림프구의 기능도 저하된다. 즉 암을 물리치는 공격부대인 림프구는 전의와 전력을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이 때 과림구의 활성산소로 인한 염증으로 상처를 입은 세포를 재생시킬 때, 세포가 쉽게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4) 배설과 분비기능의 저하
교감신경의 긴장에 따른 혈관수축 등으로 장기와 기관의 배설과 분비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배변이나 밴 또한 방해를 받을 뿐 아니라 각종 호르몬의 분비에도 이상이 나타난다. 결국 변비, 부종, 어지럼증 외에도 초조함, 불안 등이 교감신경을 더욱 긴장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암과 스트레스(2)
(2) 자율신경과 스트레스
'스트레스(stress)'라고 하는 생리학적 용어가 태어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44년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H.셀리에가 처음으로 명명한 이 말은 생체에 가해지는 여러 상해(傷害) 및 자극에 대하여 체내에서 일어나는 비특이적인 생물반응으로 자극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나 다른 호르몬이 혈중 내로 분비되어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하며 위험에 대처해 싸우거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요인에 의해 인체와 정신이 각성되고, 긴장되거나 흥분되는 상태를 얘기합니다.
인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이 벌어지는 원래의 목적은 생체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체를 위해하는 요인이 발생하면 이들 요인을 방어하여 인체와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 스트레스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내부적, 외부적 요인이 인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거나 상시적으로 빈발할 때 발생합니다.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신체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근육, 뇌, 심장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있도록 맥박과 혈압의 증가가 나타난다. ②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호흡이 빨라진다. ③ 행동을 할 준비 때문에 근육이 긴장한다. ④ 상황 판단과 빠른 행동을 위해 정신이 더 명료해지고 감각기관이 더 예민해진다. ⑤ 위험을 대비한 중요한 장기인 뇌·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⑥ 위험한 시기에 혈액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곳인 피부·소화기관·신장·간으로 가는 혈류는 감소한다. ⑦ 추가 에너지를 위해서 혈액 중에 있는 당·지방·콜레스테롤의 양이 증가한다. ⑧ 외상을 입었을 때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혈소판이나 혈액응고인자가 증가한다.
이들은 모두 자율신경 중에 교감신경이 담당하는 신체 현상으로서 이러한 상태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발생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거나, 혹은 반복적으로 자주 발생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에 비해 지나치게 우월하게 작동되는 상태가 생겨나서 암세포를 콘트롤할 수 있는 부교감신경 계열의 면역세포가 제 기능과 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신체를 구성하는 수억 개의 세포 중에서 몇 백, 몇 천 개의 세포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바뀌었다가 면역체계에 의해 방어되고 제어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해서 면역체계가 무력화되어 암세포가 제어되지 못하고 계속 자라나게 될 때부터가 문제가 됩니다.
면역체계가 무력화되는 상황이란 암세포가 너무 많이 생겨난다거나, 인체가 암세포 성장과 생존에 좋은 조건이 되어 암세포의 생존력이 강해진다거나, 암세포의 상황은 정상적인데 이를 제어할 면역체계가 상대적으로 무력화되거나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암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들은 각기 암세포를 많이 발생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거나, 인체를 암세포가 생존하기 좋은 조건으로 만드는 쪽으로 작용하거나, 아니면 면역체계를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암세포 쪽을 힘을 몰아주는 요인들은 대부분 환경적인 요인들입니다. 산소, 식사, 활성산소 등이 그것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즉, 같은 환경요인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암에 걸리고 누구는 아무 지장없이 건강하게 살게 됩니다.
같은 환경 조건에서 암에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면역체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스트레스입니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스트레스는 내외부적 요인에 대한 내부적 반응입니다. 즉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요인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작용하는 일반적인 요인인데 반해,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는 스트레스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개별적인 요인입니다.
다시 말해 객관적이고 일반적으로 암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잘 다스려진다면 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반대로 객관적으로는 암과 무관한 환경에 있다고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스트레스가 빈발하고 지속되는 조건에 있다면 암에 쉽게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암을 유발하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암을 극복하기 위한 조건 중에도 역시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즉, 환경, 식사, 운동 등 다른 조건들이 혹시 불비하더라도, 주로 심리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여 부교감신경에 의해 작동되는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암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입니다.
암환자분들은 거의 예외없는 성격상의 특징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성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임감이 투철하며, 자신에게 엄격하고, 성취를 위해서는 낮밤을 가리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혹은 최근에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활환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요법을 암을 완치하신 분들의 공통점은 물리적 환경과 정신적 환경을 매우 편안하고 자유롭게 갖추고, 그리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집착과 공포를 버리는 순간 암이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한 분도 많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편안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이것은 암 치료를 위한 필수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