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대장암

[스크랩] 대장암 완치한 환자 고상엽 씨 & 주치의 황대용 교수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5. 30.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암 치료 효과도 높아집니다”

큰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환자는 없다.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중증 질환을 이긴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대장암 경험자 고상엽 씨와 주치의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황대용 교수다.

 

주치의 황대용 교수 & 대장암 완치한 환자 고상엽 씨
주치의 황대용 교수 & 대장암 완치한 환자 고상엽 씨

햇살이 쨍쨍한 5월 중순, 건국대병원 내부 정원에서 고상엽 씨와 황대용 교수를 만났다. ‘포즈를 취해주세요’라는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게 웃다가 손을 잡으며 포즈를 취해줬다. 친남매 같은 사이라며 환하게 웃던 두 사람의 이야기.

 

헬스조선: 두 분은 언제, 어떻게 주치의와 환자의 인연을 맺었습니까?

고상엽 씨 저는 울산에 살아요. 9년 전 아는 분이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한번 가서 같이 해볼까? 하는 기분으로 따라갔어요. 평소 어디 아픈 곳도 없고, 아무런 증상도 없었거든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이었죠. 그렇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1주일 뒤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요. 결과는 대장암이라고 나왔습니다. 처음엔 믿지 못했어요.

황대용 교수 횡행결장이라고 해서, 대장의 오른쪽 부분에 암이 있었어요. 그쪽에 생기면 증상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우연히 발견할 수밖에 없는 위치예요. 대장암이 원래 증상이 별로 없는 병이기도 하고… 다른 부분에 있다면 소화불량이나 혈변 정도예요.

고상엽 씨 대장암이란 사실을 믿지 못해서, 다른 병원에 가서 또 검사를 받았어요. 거기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암이 맞다면 수술도 할 겸, 큰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니고 있는 교회의 목사님을 통해 서울 건국대병원 황대용 교수님이 대장암 명의라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렇게 서울로 올라가서 검사받게 된 게, 교수님과의 첫 만남입니다.

 

헬스조선: 그때 환자분의 상태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황대용 교수 검사해보니 크기는 6~7cm 정도였고, 2기 완전 초기 정도로 진단이 되었습니다. 전이가 있냐 없냐가 중요한 요소인데, 전이는 없었고요. 지방에서 오셨다고 해서 바로 당일에 입원하시기로 했죠.

고상엽 씨 그런데 갑자기 교수님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예요. 탈상하고 1주일을 자식들 집에서 지내다 다시 입원했어요. 그 1주일이 얼마나 길던지…. 원망하기도 했지만, 처음 교수님을 봤을 때 무척 신뢰가 가서 괜찮겠지 했습니다. 보통 겁을 주거나 자신없어 하는 의사들도 많은데, 교수님은 절 보자마자 편안하게 웃으시며 ‘괜찮다, 수술하면 다 낫는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얼마나 큰 위로와 안도를 받았는지 몰라요. 천사처럼 보였어요. ‘힘들지? 말 안 해도 내가 알아. 내가 치료해줄게’. 이런 믿음을 주는 의료진이 잘 없거든요. 이런 의사분이 한국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황대용 교수 환자분을 처음 봤는데 너무 멀쩡하셨어요(웃음). 앓고 있는 질병도 없었고요. 의사들은 암환자를 수시로 보지만, 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암이 자기에게 닥친 겁니다. 사소한 것에도 불안하고 무서워할 수밖에 없어요. 수술하면 괜찮아질 환자에게 무서운 얼굴로 겁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황대용 교수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황대용 교수

헬스조선: 수술과 그 이후의 항암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고상엽 씨 2기 초기 대장암이었고, 수술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항암치료가 남아 있었어요. 6개월간 해야 했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들이 저를 부러워하더라고요. 교수님 참 잘 만났다고. 교수님이 매일 회진을 도는데, 제가 없으면 이름까지 부르면서 찾기도 하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제 상태를 직접 체크하셨어요. 그게 억지로 나오거나 의도적인 친절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마음을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죠. 이웃 집 오빠 같았어요. 한번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질문한 적이 있었어요. 워낙 암환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버섯 달인 물을 먹어라, 뭐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등 별 이야기가 다 돌거든요. 그래서 교수님한테 물어봤죠. 그러니까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몸에 더 안 좋으니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먹고, 과하게만 먹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도 참 도움이 됐어요.

황대용 교수 저는 ‘~를 먹지 말라’란 책이나 이야기를 참 싫어해요. 일단 먹으라고 만들어진 음식에는 다 나쁜 점과 좋은 점이 고루 섞여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음식을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균형을 잡아 골고루 먹어야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뭔가 ‘큰 한방’을 바랍니다. 이것만 먹으면 암이 낫는다. 이 약초만 먹으면 암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음식은 없어요. 다양하게 골고루 먹어야 좋죠. 이렇게 하려면 어떤 특정 음식만 고집하면 안 됩니다. 편식이거든요. 항암치료 받으면 기운이 쭉 빠지는데 입맛이 없거나 음식을 가린다고 안 먹으면 더 힘이 없어요. 먹고 싶은 건 먹어야 합니다.

고상엽 씨 치료를 다 받고 난 뒤에 교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더라고요. 생명의 은인인데… 고민하다가 김치를 조금 담아봤어요. 제가 전라도 출신인데, 주변 사람들이 김치가 참 맛있다고 해요. 혼자 사는 동네분들에게 제 김치를 가끔 담가 드리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많이 드릴까 하다가 혹시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에 진료를 볼 때 조그만 반찬통 3개에 김치를 나눠 담아 갔어요.

황대용 교수 조그만 반찬통이요? 그날 병원 직원들 다 김치 먹었어요(웃음). 쑥스러워하시면서 김치통을 는데 참 감사했어요. 저에 대한 신뢰의 표시잖아요.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니까, 그 이후로 매년 김치를 보내주세요. 1년에 4~5번 정도? 저희 어머니 김치보다 고 여사님 김치를 더 많이 먹은 것 같네요(웃음).

고상엽 씨 처음 김치를 드리고 난 뒤 맛이 어떨까 고민했는데, 교수님이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됐다, 하는 마음에 그다음부터는 택배로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보통 김치를 주변 분들에게 돌리면, 김치 담은 통을 돌려주시는 분이 잘 없어요. 그런데 황 교수님께서는 항상 김치통을 깨끗이 씻어서 돌려주세요. 참 세심하신 분이에요. 그래서 수술도 세심하게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장암 완치한 환자 고상엽 씨
대장암 완치한 환자 고상엽 씨

헬스조선: 수술이 잘 된 비결이 있다면요?

황대용 교수 환자분은 제가 하는 말을 다 믿고 잘 따라주셨어요.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신 것 같아요. 긍정적인 환자들이 보통 수술 후 경과도 좋습니다.

고상엽 씨 의료진은 처음 환자를 봤을 때 수술 전, 수술후 환자에게 ‘이 사람은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러면 환자가 따르게 되지요. 저도 그랬고요. 수술 후에도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뭐든 물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의사 입장에서 별것 아니거나, 어이없는 질문인 것도 있었는데 교수님은 한 번도 짜증내거나 귀찮은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수술 후 관리도 잘 된 것 같아요.

 

헬스조선: 대장암 수술을 앞둔 분이나 대장암 환자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이 있나요?

고상엽 씨 첫 번째가 ‘낙심하지 말자’예요. 위중한 병이라도, ‘이 병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병은 나를 해치지 못한다’같이 병을 이기려는 생각은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의료진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고요.

황대용 교수 맞아요. 나을 수 있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설령 증상이 아주 심한 분이 오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같이 한번 해보자,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다고요. 병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게 그 자체만으로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어요. 가끔 아침 회진 돌 때 저에게 “저 언제 죽어요?”라고 물어보는 환자 분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아니, 병원에 나으러 오셨잖아요, 제가 먼저 죽을 수도 있습니다”.(웃음). 생활습관은 한방에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면 됩니다. 의사와 상의해서 차근차근 해나가면 돼요.

 

황대용 교수가 말하는 대장·직장암 예방 생활습관

1. 40대부터 대장 내시경검사를 하라.
2. 고지방 식이는 피한다. 인스턴트 음식, 기름이 많은 고기 등이 대표적이다.
3. 운동은 직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4. 자기 변에 관심을 가져라. 변이 갑자기 변하면 대장암의 신호일 수 있다.
5. 의사와 소통하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주치의와 의견을 많이 나눠야 한다.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