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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버섯 관련 글/차가버섯 저자 칼럼

[스크랩] 솔제니친의 암병동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5. 12. 1.

   40대 이상의 분들은 대부분 냉전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 소련의 대표적

    인 반체제인사로서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솔제니친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소련 국내에서는 출판하지 못하

    고 작품을 국외에서 출판하는 반체제 저술활동을 계속하다가 1974년 그

    의 반체제문학의 절정인 '수용소군도' 발간을 계기로 추방당하여 미국으

    로 망명한 작가입니다.

 

    '암병동'은 그가 소련당국의 본격적인 탄압을 받기 시작한 직후 국외에

     서 출판된 첫번째 작품입니다.

   

   '암병동'이 출판된 것은 1967년의 일로, 차가버섯의 존재가 소련 외부

    로 알려지게 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물론 이

    소설에서 차가버섯이 어떻게 언급되었는가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꼭 차

    가버섯이 아니더라도 문학 그 자체로도 너무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여러 암환자들의 심리와 의사와의 관계, 당시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

    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방사선치료에 대한 실상 등이 너무나 깊

    이 있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문학성을 유감없

    이 느끼게 해주는 작품으로 여러분들께서도 한 번 읽어보실 것을 권하

    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차가버섯은 매우 자주 언급되어 있습니다. 가장 자세히 서술

    된 부분은 암환자들에 대한 비공식적인 개별상담을 매우 헌신적이고 성

    실하게 해주던 마슬렌니코프 박사에 대해 주인공이 같은 병실의 동료환

    자들에게 설명하면서 그의 답장을 읽어 주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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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하자면, 마슬렌니코프 박사에 대해서는 아까 말

    한 외래환자가 일러주었어요. 박사는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알렌산드로

    프의 시골의사였는데, 근 10년 동안이나 같은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어

    요. 이전에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지났으나, 박사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의학논문에는 암의 증례가 점차 더 많이 취급되

    고 있는데, 이 병원에 오는 농민의 환자 중에는 암을 보기가 힘들었어

    요. 이것은 웬일일까...'(중략)

   

    '그는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런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부근

    에 사는 농민들은 차 값을 아끼기 위해 차 대신에 '차가'라는 것을 끓여

    서 마시고 있었다는 걸. 그것은 자작나무의 버섯이라고도 말하고 있었어

    요.' (중략)

    

    '아니, 자작나무의 버섯은 아니야, 예프렘. 정확히 말하자면 자작나무

     의 버섯이 아니라 자작나무의 암이란 말야. 봐요, 오래된 자작나무 고목

     에 흔히 있는.... 이상하게 혹처럼 생긴, 표면은 검고, 속은 흑갈색

      의...'(중략)
  

    '마슬렌니코프 박사는 언뜻 생각이 난 듯이 말했지. 러시아의 농부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이 차가를 마시면서 수백년 동안 암에서 구제된 것

    이 아닌가 하고.'(중략)   

    '그러나 추측만으로는 부족했지. 더 자세하게 조사해야 했어. 자기가 만

    든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과 마시고 있지 않는 사람을 오랫동안 관찰할

    필요가 있었어. 그리고 종양 환자에게 마시게 해야 했지. 이것은 다른

    치료를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단 말이야. 그리고 몇 도의 물

    에 끓이고 분량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몇 잔을 마셔야 하는지 또 부작용

    은 없는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어. 그것을 박사는 일일이 연구

    하게 됐지.'(중략)

 

    '그 버섯이 그렇게 효력이 있다면, 왜 의사들은 치료에 사용하지 않을까

    요? 왜 약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 사용되기까지가 어려운 일이지, 아흐마드잔.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

    고, 인식을 바꾸는 것이 귀찮아서 반대할 사람도 있을 것이며 자기의 약

    을 쓰려고 반대할 사람도 있겠지. 우리 환자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으

    니까.'(중략)

 

    '이 편지에 박사가 쓴 것을 보니 뭐랄까, 판매인이 있는 것 같군. 차가

     를 채집해서 말리고 그것을 현금을 받고 팔고 있는 장사치 말이야. 그런

    데 값이 비싸서 1킬로그램에 15루블이나 한다는 거야. 제대로 치료하려

    면 한 달에 6킬로그램은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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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환자 가족들이 차가버섯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얘기와, 소

    설의 무대가 된 병원의 의사가 '최근 모스크바 인근의 차가버섯이 모두

    동이 나버렸다'고 얘기하는 부분도 나옵니다.

    아시다시피 '암병동'은 솔제니친 자신이 암병동에서 암을 치료한 실제

     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소설의 시점은 1955년경으로 차가버섯

     이 러시아 의학학술원에서 암치료에 병행할 수 있는 약초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시면 차가버섯에 대한 신뢰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출처 : 자작나무 차가버섯
글쓴이 : 자작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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