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기르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푸념의 목소리가 높은 요즘이다.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도 이겨내야 하며 유제품 소비 감소로 인한 생산량 조절 압력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로 막혀 첩첩산중이다. 물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미리 대비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다.
양평지역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낙농을 하고자 낙농 후계자 모임을 구성해 4년째 운영 중이다. 바로 양평의 낙농 2~3세대가 모인 홀스타인 브리더 클럽이다.
“2009년 처음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의견을 나누고, 후계자 지원사업도 늘려가며 더 나은 낙농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홀스타인 브리더 클럽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태일 회장(37)은 후계자 모임을 시작한 후 회원들의 낙농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원래 열정도 전염이 된다고 했던가? 13명의 회원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자의 실력을 키워서 양평지역의 낙농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열의 높은 후계자들의 머리 맞대기
“낙농에 대한 열정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 자격 조건입니다. 양평의 낙농가 60여 세대 중 13명이 회원입니다. 일정 기간 준회원 기간을 거쳐 회원 모두의 동의하에 정회원이 됩니다. 현재 28~37세의 회원들로 구성돼 나이도 젊은 편이죠.”
소를 키우면서 느끼는 문제나 고민은 천차만별이겠지만 10년이 넘은 사람이나 이제 시작한 지 1년차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점이 회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제일 늦게 가입한 이은성 씨(34)는 낙농 입문 1년차다. 자신은 낙농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클럽 정회원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낙농지식보다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큰 도움이돼요. 바로 옆에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니까 든든하죠. 이 모임에 참여한 것이 정말 행운이에요.”
2세대 축산인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부모와의 갈등이다. 더 나은 낙농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방법에서 신구세대가 충돌하는 경우가 흔하다. 클럽 회원들도 다를 것 없다. 하지만 갈등이 생길 때면 선배 회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후배 회원을 다독여 용기를 잃지 않게 도와준다.
유 회장 역시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후배들이 고민에 빠질 때면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올해로 14년째 낙농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버지가 저를 믿지 못하셨어요. 어떤 기술이든‘ 네가 얼마나 안다고 내 말을 안 듣느냐’는 식으로 대하셨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노력해서 만년 2등급이던 유질 등급을 1등급으로 바꾸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인정해 주셨어요. 성과를 확실하게 낼수 있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실제 결과를 보이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유 회장은 만약 성과를 못 내면 여전히 못난 아들로 살아야 하는 게 함정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유 회장의 말에 공감했다. 회원들은 이처럼 서로 경험을 공유하며 안정감을 얻을수 있다는 점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임 결성 후 지역 낙농의 위상 상승
유 회장은 양평지역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규제가 많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에 가까워 땅값도 비싸 규모의 축산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회원들은 규모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낙농을 발전시키려면 양보다 질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어려운 현실일수록 자신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는다.
“저희에게 유질이나 품평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소입니다. 소에 집중해야만 소의 능력이 올라가기 때문이죠. 그동안 양평에는 품평회 수상자가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여건이 열악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품평회 수상자도 나오고 유질 등급에서 전국 상위권자가 배출되는 등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실제 모임을 결성한 후 지역낙농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는 주변의 평가를 받는다. 회원 중 막내인 류재형 씨(28)가 지난해 홀스타인 품평회에서 주니어 챔피언을 수상했고, 이 모임의 맏형이자 초대 회장을 맡았던 최상업 씨(37)는 서울우유 조합 동부지역에서 유질 등급 1등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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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낙농연합회 한엽 회장은“ 이 젊은이들이 기존 틀을 벗어나 앞선 기술을 도입해 양평의 낙농 수준을 한 단계높였다”고 평가하며“ 이 지역의 대들보가 될 것으로 보고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모임을 결성한 후 가장 좋아진 점은 후계자에대한 지원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축협이나 서울우유 등을 통해 우수 정액을 보급받기도 하고 각종 교육이나 견학 지원도 받고 있다.
“예전에는 후계자에 대한 지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후계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요. 지금은 1세대 어른들께서 모임에 기대를 가지고 많은 지원을 해주시니 저희도 힘이 납니다.”
홀스타인 품평회 주니어 챔피언 수상도 바로 후계자 지원사업으로 제공된 우수 정액으로 탄생한 젖소였다. 또 품평회에 참여하는 농가의 젖소 털 손질은 이들이 담당한다. 회원농가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출품되는 소를 위해 십시일반 손을 보태며 지역 낙농 발전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도 힘 합치니 두렵지 않아
회원들은 틈 날때마다 크고작은 모임을 만들어 자주 만난다. 이때 37살 동갑내기인 유태일 회장, 최상업 회원, 김재윤 회원이 주축이 되어 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어떤 자리에서든 저희는 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굳이 주제를 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경험이나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해답을 찾을 때가 많아요. 작은 정보라도 얻고 도움이 돼야 모임의 연속성이 생기기 때문에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이들은 지역 1세대들의 후계자 육성 의지 덕분에 모임을 건강하게 꾸려갈 수 있었다고 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금 우리는 10년 후를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때는 함께 힘을 모으니 든든합니다. 바로 옆에 뜻이 맞는 동료들이 있는데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유 회장은 인근 화성이나 양주지역처럼 선도농가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자신들이 앞장서 펼쳐 갈 양평 낙농인들의 활약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월간축산 5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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