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 진단이라도 “암 1기입니다” 라는 말과 ”암 4기입니다”라는 말은 전혀 다른 울림을 가지고 다가온다. 암의 초기를 나타내는 1기 진단은 어렵지 않게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수술이 의미 없는 4기 진단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함께 전한다. 아마도 처음 암을 접하는 환자들은 내 어디에 암이 생겼나 보다 내 암이 몇 기인가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1기, 2기, 3기, 4기.. 이렇게 암의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병기’라고 한다. 병기는 발견 당시 암의 진행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병기는 의사들 간에 환자의 정보를 고려할 때나, 환자의 병에 대한 연구를 할 때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병기는 어떤 치료를 할 지 결정할 때 가장 고려되는 정보다. 이 병기에 따라 치료의 큰 틀이 정해진다.
◆ 병기를 설정하는 방법
병기를 설정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수술 전 임상적인 검사로만 이루어지는 임상적 병기(clinical staging), 수술 후 병리학적 소견을 고려한 병리학적 병기(pathologic staging), 재발 후 재치료를 결정하는데 쓰이는 재치료 병기(retreatment staging), 사망 후 부검을 통한 병기인 부검 병기(autopsy staging) 등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재치료 병기나 부검을 통한 병기는 임상적으로는 크게 쓰이지 않고 기록용으로 사용된다. 임상적 병기는 X-선, CT, MRI, PET, 진찰 등을 통해 결정되므로 수술 후 병기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병기의 설정 방법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대부분의 암은 수술 후 병리학적 병기법으로 최종 병기가 결정되는 편이이지만, 자궁경부암의 경우에는 수술 전 임상적 병기법이 사용되고, 혈액암이나 림프종은 주 치료가 수술이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이므로 고유의 다른 병기법을 사용한다.
◆ 병기를 나누는데 고려하는 요소
병기를 나눌 땐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각 요소의 이름을 따서 ‘TNM(Tumor-Node-Metastasis)분류법’이라고도 한다. 첫번째 요소는 암세포 즉 종양(Tumor)의 상태다. 다시 말해서 처음 생긴 종양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주변의 세포들을 얼마나 파고들어서 단단히 뿌리 내렸는지는 살피는 것이다. 정도에 따라 T1에서 T4까지 나뉜다.
두번째는 주변 림프절(Node)로의 전이 정도이다. 면역기관인 림프절은 림프구와 백혈구, NK세포(natural killer: 자연살해세포) 등 우리 몸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면역세포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말하자면 우리 몸을 지키는 군사를 키우는 군사기지인 셈이다. 이 림프절은 특정 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기 곁에 두루 퍼져 있다가 주변 장기에서 이상이 발생하면 몸을 부풀려서 평소보다 많은 면역세포들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턱 아래쪽에 멍울, 즉 일반인들이 말하는 가래토시가 생기는데 바로 이것이 림프절이다. 림프절이 면역세포를 만들어내서 세균과 싸울 때는 보통 열과 통증이 일어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고 몸이 아픈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림프절은 암세포를 감지했을 때도 몸을 부풀려서 암세포를 공격한다. 하지만 이때는 열감이나 통증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다. 림프절의 공격에서도 살아남은 암세포는 슬금슬금 림프절마저도 점령한 후 시간이 지나면 림프절에 연결된 림프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하게 된다. 림프절에 전이되었다는 것은 암세포가 몸 속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마지막 세번째 요소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Metastasis)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몸 속을 돌아다니다가 다른 장기에 붙어 뿌리를 내린다. 다른 장기에 전이되었다는 것은 암세포가 몸 속에 퍼져 보이지 않는 다른 곳에서도 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전이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치료가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 TNM의 분류 기준표
분류 기준 | 분류 | 내용 |
---|---|---|
종양의 상태 | T1 | 종양(암세포)가 점막하층까지만 있다. |
T2 | 종양이 근육층까지 파고들었다. | |
T3 | 종양이 근육층을 뚫고 장막하층까지 파고들었다. | |
T4 | 종양이 장막층을 뚫고 주변 장기의 세포까지 파고들었다. | |
림프관 전이 정도 | N0 | 림프절에 암세포의 전이가 없다. |
N1 | 림프절에 1~3개의 암세포 전이가 있다. | |
N2 | 림프절에 4개 이상의 암세포 전이가 있다. | |
원격전이 정도 | M0 |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 |
M1 |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다. |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해서 1기부터 4기까지의 병기를 결정하게 된다. 암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기는 처음 생긴 부위의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해질수록 숫자가 올라간다. 원격 전이, 즉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옮아갔다면 대부분 4기로 분류된다.
아주 드물게 병원에서 암 0기를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암 0기란 암세포가 장기의 제일 바깥세포층인 상피세포층에만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암세포가 상피세포 아래인 기저막까지는 진출하지 못한, 암 질환의 매우 초기 상태이다. 흔히 상피내암이라 불리는데,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에서 종종 발견된다. 물론 이런 초기암 발견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놔두면 집을 태울 수도 있는 불씨를 사전에 발견하고 끈 것과 같다. 양성종양처럼 간단한 시술로도 깨끗하게 제거될 수 있으며 전이와 재발을 거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제공: 하이닥
△ 작성: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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