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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농촌 재능나눔 이야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3. 14.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1년 9월부터 농촌 재능나눔 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농촌 재능나눔이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농촌 재능나눔 활동 수기 공모전’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13년도 출품된 141점 가운데 수상작 20점을 매주 수요일 농식품부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사연은 개인부문 대상을 받은 박영옥씨 사례로, 평소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박영옥 씨는 재능을 나누면서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성형중독 환자인 선풍기 아줌마 시리즈 를 보면서, ‘세상에 예전의 사진을 보니 미인인데 얼 마나 더 예뻐지고 싶으면 식용유를 얼굴에 주입을 했을까?’ 예뻐지기는커녕 얼굴이 풍선만 하게 불어 나 괴물이 된 모습으로, 몇 차례 죽을 고생을 하면 서 다시 성형수술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리 다 시 성형수술을 해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극의 가수를 보면서 서글퍼 보이고 우울했다.

 

하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다른 여자보다 더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다 같 은 마음일 것이라는 데는 공감한다. 더욱이 여자는 100세가 되어도 예쁘다는 소리 를 듣고 싶어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나 역시 한때는 잘 나가던 사람인데 교통사고로 귀막을 다치고 폐경기가 오면서 소외감에 우울증이 와서 만사가 다 귀찮았다. 그래 서 남편에게 괜히 신경질을 부리고 지척에 사시는 시어머니도 몰라라 하며 돌보지 않는 못된 며느리가 되었다.

 

매일 아침이면 거울을 보고 또 보면서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귀할멈처럼 “거 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고 혼자 중얼중얼하며 화장도 하고 머리를 빗었다. 남편은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무엇이라도 배워 보라고 권유해서 요 양보호사 자격증도 따고, 미용기술도 배 웠지만 재미가 없었다.

 

재능기부가 뭔지도 모르는 나는 교회에 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일학교 선생님도 해보고 재정도 맡아 운영을 하면서 ‘이것 보다 더 큰 봉사가 어디 있어?’ 하면서 자아도취도 해보았지만, 만족감도 없고 하루가 덧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 더 우울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등 따습고 배가 불러 행복해서 오는 우울증이라고 비웃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싫어 자꾸만 밖에서보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주00 회장님이 우리 교회에서 하는 독거노인 잔치에 봉사자들과 발마사지 봉사를 하러 온 것을 보게 되었다. 주00 회장님의 “모든 질병은 혈액순환이 안 되어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 ‘그래, 그럼 나도 마사지 한번 배워볼까?’ 하는 호기심에 여성복지 경락마사지반에 등록하게 되었다.

 

수업 중에 주00 회장님이 하신 말씀인 “손에 오장육부의 혈이 있기 때문에 내가 남에게 마사지를 해줄 때 약손이 되어 나도 다른 사람도 치료가 됩니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가서 주회장님을 따라 정신요양원에 갔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에구, 세상에 어쩌나 다시 가야 하나? 잘못 왔구나.’ 하고 후회를 했다. 시커먼 남자들 발이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쫙쫙 갈라져 있고, 각질과 무좀으로 발톱은 썩어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크레도로 긁어내고 손톱깎이로 깎는 주회장님 모습에 구토가 났다. 그래서 황급히 돌아서 나오려는 순간 왠지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지고 양심에 걸려서 올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억지춘향’으로 발마사지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금요일만 되면 울렁증이 가라앉고 나이는 40대인데 행동은 10살 밖에 안 되는 환우들이 보고 싶어지고, 그들을 만지는 내 손이 그들에게 치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원까지 생긴 것이다. 그 후로 내가 언제 우울증이 왔었는지 모를 정도로 명랑해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볼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빠졌다.

 

봉사를 다녀오면 남편에게 “여보, 나를 기다리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라고 싱글벙글하면 “당신, 봉사하면서 많이 변했어. 너무 보기 좋아. 그리고 너무 예뻐!” 라고 칭찬까지 받았다. 나는 정신요양원뿐만 아니라 중추장애인들에게, 보건소 치매센터에서 생활하신 노인들에게 발마사지를 해드리면서, 그 동안 내 모습에 갇혀 90이 넘은 노인으로 돌봄을 받아야 할 시어머니를 방관하고 외면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받을 거야.” 서로 밀고 싸우며 맘에 드는 봉사자에게 발마사지를 받으려고 치매 노인들이 자리다툼을 한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나한테 발마사지 받으시려고 누우신 어르신이 실례를 하셨다. “할머니, 목욕 하러 가십시다.” 황급히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모시고 가려고 일으키시는데 “나는 싫어, 여기서 발마사지 받을 거야.” 요에는 오줌 지린내가 진동을 하는데 자리 빼앗길까 봐 꼼짝도 않고 일어나시지 않았다. “할머니, 얼른 목욕하고 오시면 제가 먼저 해드릴게요.” 라고 달래서 내가 손을 잡고 목욕탕까지 안내를 했다.

 

우리 시어머니보다 젊으신 치매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90세가 넘은 시어머니를 생각했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노인이신데 따뜻한 밥이라도 내 손으로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봉사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여보, 어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시고 옵시다. 연세 많은 어머니께서 식사하시기도 힘드실 테니 말예요.” 내 제안에 남편은 눈이 둥그레져서 “그럼 나야 고맙지. 여보, 고마워!” 남편은 내 손을 꼭 잡고 고마워했다.

 

그 다음날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어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시고 오는데, 하얗게 세신 머리 탓인지 어머니 모습이 너무나 작고 초라해 보였다. “어머니, 제가 내일 커트 해드리고 머리 염색해 드릴까요?” “그래 네가 해주면 해야지.” 어머니께서 흔쾌히 허락하셔서 머리를 예쁘게 잘라 드리고, 염색약으로 까맣게 염색을 해드렸다. “어머니, 거울 좀 보세요. 10년은 젊어 보이세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 누가 제일 예쁘니?” “호호호, 그야 내가 예쁘지!” 평소에는 그렇게 말 한마디도 잘 안 하시던 어머니께서 내 말에 장난기 섞인 대답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젊어서도 같이 못 살았던 시어머니나 나나 서로 어색하고 부담되었지만, 점차적으로 같이 나이 먹어가는 노인이라는 공통점에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갔고, 매달 시어머니 커트도 염색도 해드리며 같이 살아가는 내 생활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은 주회장님 덕에 봉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 역시 내가 밖에서 봉사 활동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며 더 늙기 전에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셔서 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독거노인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요양사 활동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농어촌 재능기부 봉사로 도서벽지 지역인 교동면, 삼산면, 서도면에 재능기부 봉사를 갈 때는 휴가일을 모아 휴가를 가지 않고, 외롭고 힘들게 사시는 또 다른 부모님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프셔서 거동을 못하고 누워계시는 집을 찾아가 미용 재능기부를 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재능기부를 할 때마다 ‘그냥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배웠던 미용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내 재능이 될 줄이야...’ 신기하고 행복하다. 처음 미용 봉사를 할 때 ‘내가 해드린 커트가 어르신들의 맘에 안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억누르며 가위질을 했다. 다 끝난 뒤에 “할머니, 머리 어떠세요?” “에고, 미용사보다 더 예쁘게 잘랐어. 고마워! 고마워!” 하면서 몇 번이고 내 손을 잡고 고마워하는 노인들의 감사에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도 느낀다.

 

그 다음부터는 노인들에게 커트와 염색을 해드리고 나면 꼭 거울을 보고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물어 보게 한다. 그러면 여지없이 “내가 제일 예쁘다.” 라고 자동으로 답하시며 박장대소를 하시며 좋아하신다.

 

나는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나서야 노인들의 특성도 잘 이해하게 되었고, 재능기부 봉사로 노약자들을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증도 치료가 되고, 나의 일까지 하는 당당한 사회인이 된 것이다. 덤으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90이 넘은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주위 분들에게 ‘효부’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강화군의 구석구석에서 아프고 외롭게 사시는 노인들에게 미용 재능기부로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신시켜드리고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멋진 재능기부 봉사자로 변신하게 이끌어주신 주00 회장님께 감사하다.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안 했더라면 내 나이 60에 이런 행복한 제 2의 황금기를 살 수 있었을까? 그래서 혹 나처럼 삶이 우울하거나 인생의 권태기나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들 안에 잠자고 있는 재능을 개발해서 나처럼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해보세요. 그럼 인생의 삶이 바뀌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라고 권하고 싶다.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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