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교통사고로 갈비뼈 골절을 입은 50대 남성 김모씨. 병원 입원 치료 중 갑자기 객혈을 해서 X-ray 검사를 했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기관지내시경을 넣었다. 그런데, 기관지 한곳이 살짝 도드라져 있을 뿐이었다. 의료진은 빛을 쪼여 점막 융기의 색 변화를 살피는 자가형광기관지내시경을 했는데, 기관지 융기 부위만 자주색을 띠어 조직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는 조기 폐암이었다. 발견이 어려운 폐암을 김씨는 완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폐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암이다. 설사 증상이 있어도 기침, 가래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 기관지를 막거나 가슴 벽을 자극하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으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돼 치료가 어렵다. 특히 폐암은 전이 속도가 빨라서 발견 당시에 약 20~30% 환자만 수술할 수 있고, 나머지 환자는 수술도 못하고 항암치료와 같은 보존 치료만 한다. 그래서 폐암은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폐암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 가슴 통증, 객혈,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정밀 검진을 하면 된다. 특히, 흡연자, 석면 취급자, 고령자 같이 폐암 발생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은 저선량 CT(전산화단층촬영)이나 형광기관지내시경, 객담세포진검사 같은 검진을 일 년에 한 번 해보면 좋다.
그러나 암이 의심될 때는 어떤 부위냐에 따라서 검사법이 달라야 한다. 저선량 CT는 기관지의 작은 가지들에 생기는 부위에 유용하고, 기관지내시경은 기관지에 생기는 폐암에 효과적이다. 객담세포진검사는 폐암의 보조적 진단을 위해 이용되는데 대개는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비로소 암세포가 검출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이 3가지 방법이 모두 쓰인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호흡기센터 김철홍 교수는 “저선량 CT와 객담세포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결국 조직검사를 해야 폐암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기관지내시경은 이상 소견이 관찰되면 바로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서 2~3일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가형광기관지내시경은 빛이 반사, 흡수, 자가형광 발현하는 기관지 점막의 특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암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특수 고안된 자가형광기관지내시경으로 기관지 점막에 400~440nm의 빛을 비추면 정상 기관지 점막은 녹색, 암 전 단계나 암 같은 비정상 기관지 점막은 자주색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폐암의 경계를 알려줘서 수술 중 떼내야 할 부위도 알려주며, 수술 후 경과 관찰, 폐암의 재발 또는 다발성 폐암의 발견에 유용하있다.
김철홍 교수는 “폐암은 발생률이 1위는 아니지만 사망률은 1위”라며 “흡연자 등 폐암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은 정확한 폐암 조기진단에 유용한 저선량 흉부 CT와 함께 자가형광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좋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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