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싱겁게 먹다가도 명절 때만 되면 짠맛에 무너지는 사람이 많다. 떡국, 갈비찜, 잡채, 동태전, 조기 구이 등 설날 차례상에 올라오는 음식이 대개 짭조름하기 때문이다. 명절에는 조리를 거드는 손이 많아 요리 과정에서 음식이 짜지기 십상이다. 먹는 양도 평소보다 많아져 덩달아 나트륨(소금의 주성분) 섭취량이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에 혈압이나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환자가 많다. 하루에 다량 섭취한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는 3~5일 걸린다. 그만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 [조선일보]설 음식은 싱겁고 맛있게…. 설날을 이틀 앞둔 8일 오전 울산시 남구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주부들이 차례 상에 올릴 전 음식을 천연 양념을 이용해 싱겁고도 맛있게 만드는 법을 익히고 있다. /남강호 기자
◇명절 한끼, 나트륨 하루 권장량 초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통상적으로 먹는 떡국 1인분에는 나트륨 1148㎎이 들어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하루 섭취 권장량(2000㎎ 이하)의 절반이 넘는다. 동태전(1/2접시, 141㎎)과 완자(1개, 42㎎) 3~4개씩을 집어 먹어도 나트륨을 260㎎ 이상 섭취하게 된다. 짭조름하게 구운 조기 한 마리에는 나트륨이 368㎎ 들어 있다.
나물은 채소를 조리한 것이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물을 삶고 무치는 과정에서 의외로 소금 간을 많이 친다. 작은 접시 절반(50g)에 담긴 고사리나물에는 나트륨 328㎎이 들어 있다. 시금치나물에는 154㎎이 있다. 밥을 먹으면서 시금치·고사리·숙주나물을 골고루 집어 먹는다면 800㎎에 가까운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돼지갈비찜(3조각, 745㎎)과 잡채(200g 섭취, 959㎎), 김치까지 함께 먹는다면 설 차례를 마치고 한 끼를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훌쩍 넘어선다.
간식도 만만치 않다. 식혜 한 잔(20㎎), 단감 서너 조각(27㎎), 약식 두어 개(289㎎)까지 집어 먹으면, 주식과 합쳐 나트륨 총 섭취량은 5000㎎가량이나 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섭취한 나트륨은 4791㎎(소금 12g)이다. 평소라면 하루에 걸쳐 먹었을 나트륨을 한 끼에 다 먹게 되는 것이다.
◇조리법 바꿔, 명절 음식 싱겁게
음식 간을 보는 시점이 중요하다. 음식 온도가 높을수록 짠맛은 희석되고 순화된다. 음식을 갓 만들어 뜨거울 때 맛보면, 본래는 짜도 싱겁게 느껴져 소금을 더 치게 된다. 혀의 미각도 뜨거운 음식에는 둔해진다. 따라서 음식을 데우거나 끓이기 전에 간을 봐야 한다. 떡국은 국물을 싱겁게 끓이고, 약간 식혀서 먹기 전에 고명으로만 입맛에 맞춰 먹는 게 권장된다.
나물을 무칠 때에도 상에 내기 직전에 간을 하는 것이 좋다. 미리 소금·간장으로 간을 해두면 나물 속까지 소금이 스며들어 더 짜진다. 삼투압 작용으로 채소의 수분이 밖으로 새어나와 간이 옅어져서 간을 더하게 된다. 나물을 무칠 때는 소금·간장 대신 들깨 가루나 통깨, 두부 으깬 것 등을 쓰면 더 감칠맛이 나고 나트륨 함유량은 적어진다. 나이가 들면 혀의 맛봉오리도 노화되어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조리의 노하우는 어르신이, 음식 간은 가능한 한 젊은 사람이 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생선구이를 할 때는 소금을 뿌리지 않아야 한다. 바다에서 난 식품은 기본적으로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다. 명절 음식을 파는 시장·대형 마트 등에서는 짭조름한 맛으로 손님을 끌려는 경우가 있다. 한번 짜게 만든 음식을 다시 싱겁게 하기는 어렵다. 되도록 재료 그 상태로 조리된 것을 골라야 한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야 소금을 조절할 수 있고 후추·들깨 가루 등 다양한 향신료와 천연 조미료로 맛도 풍부하게 하고 나트륨 함량도 줄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강백원 영양정책과장은 "개인 접시에 담아 조금씩 먹는 습관을 키우고, 음식을 무심코 간장에 찍어 먹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며 "김치나 젓갈 등 나트륨 함유량이 많은 식품은 입맛을 돋우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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