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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 간병은 마음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2. 9. 26.

수술환자 간병은 어렵다. 환자는 수술 뒤 예민해지고 요구하는 것이 많은데, 처음 간병하는 사람은 환자가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하는지 거절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것 투성이다. 간병은 환자를 아끼고 이해하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간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수술환자 간병 시 알아야 할 공통사항

01 전신마취 환자, 반드시 심호흡과 가래 뱉기 시켜야
전신마취 수술을 한 환자는 수술 후 폐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주의한다. 전신마취를 하면 평소 자발적으로 하던 호흡이 억제되고 호흡기에 맞춰 숨을 쉬게 된다. 마취에서 깨어나면 다시 평소처럼 자발적인 호흡을 해야 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뒤 충분히 심호흡을 하지 않으면 폐 조직 일부가 쪼그라들어 폐포 내에 공기가 없는 무기폐 상태가 된다. 무기폐 상태에선 폐렴으로 이어지기 쉽다. 따라서 폐 합병증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깊은 호흡을 하게 하고 일부러 기침을 시켜 폐 속에 고인 분비물을 뱉게 한다. 심호흡은 배가 들어가고 가슴이 앞으로 나오는 느낌이 들 만큼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천천히 뱉는다. 심호흡은 3~5회 실시한 후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는데, 가래는 절대 삼키지 않는다. 심호흡과 가래 뱉기는 1시간에 5회 이상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병동 김윤정 수간호사는 “수술실에서 나온 환자는 마취에서 덜 깬 상태라 자려고만 드는데, 환자를 수시로 깨워 심호흡과 가래 뱉기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02 수술 후 운동, 다음날부터 시작할 것
맹장수술처럼 경미한 수술은 수술 당일부터 걷기 운동이 가능하다. 암수술처럼 큰 수술을 했더라도 보통 수술 다음날부터 운동을 시작한다. 수술 후 운동은 환자 상태 회복을 위해 중요한 단계로, 장폐색이나 장유착 같은 장 합병증을 예방한다. 서울대병원 외과병동 정미라 수간호사는 “저녁에 수술이 끝난 환자라도 다음날 오전이면 일어나 걷게 한다”며 “수술 당일은 앉았다 누웠다 자세만 바꿔주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킨다”고 말했다.
보통 수술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운동을 시키면 빨리 회복하려고 지시를 잘 따르는 환자도 있지만, 반대로 수술 부위 통증을 호소하거나 겁을 먹고 운동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특히 암수술처럼 큰 수술을 받은 환자일수록 겁을 많이 먹는다. 따라서 환자에게 운동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설득한다. 운동은 간병인이나 보행보조기구인 워커의 도움을 받아 병동 복도를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한다. 간병인은 수술 부위를 피해 환자를 부축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준다. 정미라 수간호사는 “하루이틀 정도만 더 누워 있어도 장 합병증 위험성이 높아진다. 환자에게 무통주사를 주입하더라도 반드시 운동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수술 후 운동은 폐 운동에도 도움을 준다.

03 배액관 체크를 철저히 할 것
수술 환자는 수술 부위에 배액관을 달게 된다. 배액관은 수술 후 발생하는 체내 분비물을 배출시키는 관으로 적게는 1~2개부터 췌장암 수술환자의 경우 5~6개 달게 된다. 배액관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간병인이다. 배액관이 빠지거나 꼬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꼬였으면 풀어 주고 빠졌다면 간호사에게 바로
알린다. 배액관에서 분비물이 잘 나오지 않으면 관이 꼬인 경우이고 분비물이 배액관이 아닌 피부를 통해 배출되면 배액관이 빠진 경우라고 생각한다. 또한 배액관으로 나오는 배액 색깔은 수술 직후에는 피에 가까운 붉은색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변처럼 투명하고 묽어진다. 수술 후 분비물이 묽어지다가 갑자기 다시 붉은색을 띠면 수술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반드시 간호사에게 알린다. 정미라 수간호사는 “복부수술 환자가 배액관으로 다시 피가 나오면 수술 부위 재출혈로 인한 응급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때는 상황에 따라 재수술할 수 있다.

04 무통주사, 통증이 감지되면 주입해야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통증이다. 보통 수술환자는 수술 후 통증 완화를 위해 무통주사를 맞는다. 무통주사는 장시간에 걸쳐 아주 소량씩 주입되도록 만든 장치지만 통증이 심하면 환자가 버튼을 눌러 평소보다 많은 양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환자 중에는 무통주사가 몸에 나쁠 거라고 생각해 통증을 최대한 참는 경우가 있는데, 무통주사는 몸에 무리가 없으며 중독성도 없다.

05 응급상황 발생하면 간호사에게 바로 알려야
수술 직후에는 의료진이 수시로 상태를 체크하며 집중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므로 간병인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의사소통이 힘들어지는 등 환자 상태에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면 간호사에게 즉시 알린다. 위급할 경우 환자 침대 머리 쪽에 있는 간호사 호출기를 눌러 간호사를 부른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담당간호사는 담당의사에게 상황을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Health Tip 잘못된 민간요법이 환자 망친다
의료진 허락 없이 환자에게 외부 음식을 반입해 먹이지 않는다. 특히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식품을 환자에게 먹이는 행동은 금물이다. 강북삼성병원 외과병동 김용희 수간호사는 “좋다는 말만 듣고 상황버섯이나 칡즙 같은 각종 식품을 환자에게 몰래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환자 상태 호전을 저해하므로 삼간다”고 강조했다.

Health Tip 문병, 언제 가야 할까?
수술 직후 문병은 피한다. 수술한 직후는 환자가 통증으로 힘들어하고, 수술 직후 모습을 보여주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 후 회복할 시점이나 아예 수술 전에 위로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환자가 다인 병실에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가는 것은 피한다. 병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삼간다. 환자는 면역력과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감기 등 전염될 소지가 있는 질병에 걸렸다면 문병을 피한다. 문병 시 먹을 것을 사가는 이들이 많은데 수술환자의 식이요법은 철저하게 주치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앓고 있는 질환, 복용하고 있는 약 등에 따라서도 먹으면 안 되는 것도 있으므로 음식은 갖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주스류, 과일, 건강식품 등 가급적 모든 먹을거리 선물은 피한다.


/ 취재 최덕철 헬스조선 기자 choidc@chosun.com
일러스트 조영주
도움말 김윤정·정미라·이순형 (서울대학교병원 수간호사), 김용희(강북삼성병원 수간호사), 임천규(경희의료원 신장내과 교수)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일월등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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