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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아토피

[스크랩] `아토피 제로` 기숙사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7. 13.

함양군 금반초교에 들어서… 전국서 온 12가구 생활 폐교 위기에 몰리던 학교, 이젠 지역의 자랑거리로…
학교가기 꺼리던 학생들, 운동장 뛰놀며 가족처럼 지내 함양=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7일 오전 지리산 끝자락에 자리한 경남 함양군 금반초등학교 1학년 장수희(7)양이 발을 동동 구르며 "밥줘. 학교 가야 해"라며 엄마를 재촉했다. "언제는 학교 안 가겠다고 펄펄 뛰더니…." 엄마 김현주(38)씨가 빙긋이 웃었다. 수희는 석 달 전만 해도 아토피 질환으로 눈과 입을 포함해 온몸이 짓물렀다. 수희는 "애들한테 놀림받기 싫어. 집 밖에 안 나갈 거야"라고 고집해 김씨의 애간장을 태웠었다. 5분만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 수희는 책가방을 메고 2분 거리 교실로 달려갔다.

경기도 용인에 살던 김씨는 지난 2월 수희와 함께 금반초등학교 운동장에 위치한 '금바실 도담채'로 왔다. 마을 옛 지명인 '금바실'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란다는 뜻의 순 우리말인 '도담'에서 이름을 딴 2층짜리 기숙사 건물이다. 도시에 살 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심했던 수희의 아토피 증상은 이곳에 내려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호전됐다. 짜증이 묻어나던 아이 성격도 덩달아 밝아졌다. 아토피(atopy)는 가려움과 습진을 동반하는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전 세계 어린이 20% 정도가 아토피에 시달린다고 한다.

“보세요. 이젠 괜찮아요.”7일 경남 함양군 금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새로 지은 기숙사‘금바실 도담채’앞에서 아토피 증세가 호전된 팔을 내보이며 환히 웃고 있다. /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금반초등학교는 지난 2008년 전국 최초로 '아토피 제로(zero) 특성화 학교'로 지정됐다. 당시 전교생이 18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던 시골 학교가 이제는 지역 자랑거리가 됐다. 오는 20일 전국 최초로 아토피 학생전용으로 지은 '금바실 도담채'의 준공식이 열린다.

12개 방이 있는 기숙사 옆에는 10m를 훌쩍 넘는 편백나무가 서 있다. 편백나무 향은 숲에서 방출되는 성분인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해 아토피에 좋다고 한다. 동의대 한의대 이승연 교수(한방소아과)는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는 환경 정화작용이 뛰어나 피부 자극에 민감한 아토피 어린이들에게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수희네가 생활하는 105호 9평(30㎡) 방 안에도 편백나무 향내가 가득하다. 방 안 벽과 옷장, 신발장도 모두 편백나무로 만든 것이다. 바닥에는 송진이 든 장판을 깔았다.

금바실 도담채에는 11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가까이는 부산·거제, 멀리는 서울·인천 등 전국에서 아토피로 고생하던 초등학생 가족들이 모였다. 치료차 필리핀까지 건너갔다는 한 가족이 곧 입주하면 도담채 12개 방이 가득 찬다. 입주 보증금 100만원에 다달이 전기·수도료만 부담하면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아토피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금반초등학교가 아토피 제로 특성화 학교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도시의 학부모 수십 명이 이곳을 찾았지만, 근처에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발걸음을 돌렸다. 다른 지방에서 오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가 필요했다.

김팔룡(61) 교장과 선생님들이 함양교육청을 찾아가 기숙사 설립을 간곡히 요청했고, 작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9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도담채 건립이 결정된 날 김 교장과 교사들은 얼싸안고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기숙사가 지어진 지난 2월부터 입주예정 가족이 하나 둘씩 모였다. 팔과 다리의 생채기를 감추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던 아이들은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지내며 증세가 빠르게 호전됐다. '집 앞 마당'인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며 서로 친형제·자매처럼 지내면서 어두웠던 아이들의 표정도 환해졌다. 도시에 살면서 밤잠 못자고 온몸이 피투성이 된 아이를 안고 눈물 흘리던 엄마들의 얼굴에도 이제 웃음이 넘친다.

도담채 엄마들 중 막내인 '지혜 엄마' 신성민(31·경북 포항)씨는 "비슷한 처지의 '형님'들과 정보를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참 좋다"고 했다. 엄마들은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텃밭 400평(1300㎡)을 빌려 가꾸기로 했다. 정성껏 가꾼 유기농 채소를 아이들에게 먹이겠다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상추 씨앗을 뿌리고 감자 싹을 심었다.

"도시에서 안 하던 농사일 하다가 고마 죽는 줄 알았어예." 작년 경남 거제에서 이곳으로 온 유경이 엄마 김미경(38)씨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손자 준휘(6학년), 손녀 지원(1학년)이와 함께 생활하는 '부산 할머니' 최재봉(73)씨가 곁에 있던 김 교장에게 말했다. "슨상님, 한 채 더 지으면 안되겠심니꺼?"

김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기숙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요즘도 마이 오고 있다 아입니꺼. 큰 일 한 번 더 벌여봐야 안 되겠습니까?" 

출처 : 최고의 영양소
글쓴이 : 조영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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