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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유방암 → 뼈, 간암 → 폐로 많이 퍼져- 한국인 7대 암 ‘전이 지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1. 6.

폐암-유방암 → 뼈, 간암 → 폐로 많이 퍼져



■ 한국인 7대 암 ‘전이 지도’ 첫 분석

김세호(57) 씨는 한 달 전 위암 2기 진단을 받고 즉각 수술을 받았다. 얼마 후 복막에 미세한 암세포가 발견됐다.

 

김 씨는 ‘전이성 위암’으로 판정받고 현재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전이가 빨리 발견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양정민(55) 씨는 6개월 전 전립샘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양 씨는 “전립샘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는 의사의 말에 마음을 놓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등과 허리 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이때 양 씨는 암이 전이됐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병원에서 암 세포가 전신의 뼈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들었다.

 

암이 어느 부위로 전이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양 씨 같은 사람들이 암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 암 환자들이 참고할 만한 전이 자료는 없다.

 

▽어디로 많이 전이되나=본보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으로 1995∼2007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위암 간암 등 국내 7대 암 환자 8만7122명을 분석한 ‘암 전이지도’는 암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치료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대 암의 전이율을 각각 분석한 결과 대장암이 34.7%로 가장 높았고 위암(30.1%), 폐암(28.7%), 유방암(24.1%), 간암(13.1%), 자궁경부암(10.3%), 전립샘암(8.2%)의 순이었다.

 

대장암의 전이율이 높은 것은 최근 급증한 암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위암, 간암, 폐암 등에 집중하느라 대장암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적었을 수 있다는 것.

 

대장암 환자 중 상당수가 첫 진단 때 이미 중기(2, 3기) 이후인 경우가 많고 전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이가 가장 잘 되는 기관은 폐. 총전이 건수 3만1899건 가운데 6653건(20.9%)이 폐로 전이됐다. 뼈로 전이된 비율도 비슷해 전체의 20.7%(6612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폐, 뼈, 간 등 3개 기관과 조직으로 전이된 비율은 전체의 61.4%를 차지했다. 암 전이 10건에 6건 이상은 이들 3개 기관에서 일어난 것이다.

 

▽암마다 전이 특징 있다=각 암을 보면 위암은 복막(30.4%)과 간(29.8%)으로 잘 전이됐다. 폐암은 뼈(27.9%)와 폐(24.9%), 간암은 폐(44.0%)와 뼈(26.8%)로 전이율이 높았다. 유방암은 뼈(36.2%)와 폐(26.5%), 자궁경부암은 폐(26.5%)와 림프절, 뼈(각각 18.9%)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립샘암과 대장암은 특정 장기와 조직으로 집중적으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했다. 가령 전립샘암은 전체 전이 건수의 78.3%가 뼈에, 대장암은 52.1%가 간에 집중됐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폐, 림프절, 뼈 등에 골고루 전이되는 특징을 보였다.

 

한 부위에서 암이 발생했을 때 같은 장기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경우는 폐암(24.9%)을 빼고는 매우 낮았다. 간암이 1.9%, 자궁암이 0.6%, 유방암이 0.4%, 대장암이 0.2%, 위암이 0.1%였고 전립샘암은 한 건도 없었다.

 

▽암은 이웃 장기로 옮는다=전문의들은 이번 분석결과가 그동안의 임상경험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특히 위암은 나란히 붙어있는 복막에 가장 많이 전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관을 통해 암 세포가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일반적으로 폐를 가장 많이 거친다. 게다가 폐는 매우 큰 장기에 속하기 때문에 암 세포의 공격에 약해 전이가 가장 잘된다. 뼈, 뇌, 간 등에서 전이가 많이 발생한 것도 이런 기관들에 혈관 분포가 많거나 혈액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의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암별로 고유한 전이 속성이 있다. 전립샘암이 대표적인 사례로 유독 뼈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립샘암은 78.3%의 뼈 전이율을 보였다.

 

국내 암 데이터를 총괄하는 국립암센터 관계자도 “암 전이를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며 “암의 전이 유형을 알면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은 “암마다 고유한 전이 속성이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연구로 암 이해와 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