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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2013년에 스마트 센서로 암 치료가 가능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1. 5.

10-10-10 기획 <향후 1년간 버리고 채워야 할 10가지들>
(1)성장전략 다시 짜자

 

 


▶▶ 버려야 할 것

5억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판도라 행성에서 지구인과 나비족 간 갈등과 사랑을 그린 기본 줄거리는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에 접속하는 모습은 '매트릭스'를 연상시키고,장면 곳곳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나 '미래소년 코난'의 흔적이 묻어난다. 하지만 누구도 모방이라고 시비를 걸지 않는다. 오히려 3D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찬사와 함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영화 '아바타'에는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성장전략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나무 천국인 판도라 행성과 파란 피부의 원주민 나비족은 녹색성장을 상징한다. 지구인과 나비족 간 유전자 결합으로 태어나는 아바타는 모방을 창조로 전환하는 컨버전스(융합 · convergence) 혁신을 의미한다.

모방 성장 전략의 종말

우리 경제가 일정한 성장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4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은 여전히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성장엔진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열심히 뒤쫓고는 있지만 선도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성장엔진을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에서 찾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하드웨어인 휴대폰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실상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것은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다. 동작인식 콘솔게임 '위(Wii)'로 유명한 일본의 닌텐도는 게임을 파는 소프트웨어 업체지만,수익은 게임 단말기와 프로그램 모두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다. 하나의 콘텐츠로 다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복합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과 제조업에 기반을 둔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거대한 컨테이너가 콘텐츠의 활발한 진출입을 막고 있는 구조다. 하지만 선발주자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한 단계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세계 경제의 흐름이다. 미국 IBM이 메인프레임 컴퓨터 등 하드웨어 생산에서 벗어나 IT(정보기술) 및 기업 경영과 관련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탈바꿈한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복사기 프린터 시장이 레드 오션으로 변하자 문서 종합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제록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제조업체들에는 아직 이런 전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같은 이가 "다른 업종과의 융 · 복합 및 협력을 통해 매출을 10배 이상 올리겠다"고 나선 정도다.

여기에다 제조업 분야에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산이 있다. 중국이 세계 제조업을 쓸어담는 흡입력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설 때까지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부품 · 소재 분야의 경쟁력과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일본도 결코 세계 제조업의 맹주 자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더 큰 컨테이너로,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우월한 콘텐츠 전략으로 압박해 들어올 가능성이 큰 시점이다. 모방과 추격 전략이 더 이상 주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주력 산업의 원가 경쟁력에서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 데다 선진 기업들의 집중 견제로 제품 차별화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지식 · 콘텐츠 기반의 고도화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형 성장모델을 새롭게 모색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구조의 변곡점을 넘어서라

"2020년이 되면 나노 · 바이오가 IT를 제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다. 10억분의 1 단위를 나타내는 나노는 아주 정교한 물질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해 제조업과 의학에 일대 혁명을 몰고온다. 2013년에 스마트 센서로 암 치료가 가능해져 미국에서만 260조원의 시장이 열리고,2015년에는 원격 진료가 등장해 총 500조원의 시장이 새로 생긴다. 2019년 맞춤 약제 · 치료제 개발,2021년 인공장기 수술,2024년에는 암 정복과 유전자 치료가 각각 가능해진다. "

유엔 미래보고서가 예상한 10년 뒤의 모습이다. 이 보고서는 1990년대부터 우리 경제를 먹여살린 IT 산업이 장년기에 접어들고,올해부터는 녹색산업이 국가와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시장은 현재 5000만달러에서 매년 30~50% 성장해 2020년 10조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IT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녹색혁명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4~5년 안에 풍력 바이오연료 원자력발전 태양광전지 등 녹색산업은 기업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엔 미래보고서가 2030년 가장 각광받을 직종으로 △인간신체 제조기업 △나노 의사 △노화 예방 매니저 △대체에너지 자동차 개발자 △아바타 매니저 등을 꼽은 것을 보면 미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바뀔지 상상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들은 단기 성장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바이오나 헬스 분야의 미래 비전을 강조하면서도 선뜻 승부를 걸겠다고 나서는 대기업도 별로 없다. 앞날이 불확실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모험가 정신이 퇴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산업 흐름의 변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데도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녹색이 아닌 기존 회색성장의 모호한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노 · 바이어 · 녹색 성장으로 대변되는 미래산업은 과거 제조업처럼 단기 추격이나 모방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국 제약회사들의 전체 매출은 10조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는 세계 1위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의 연간 연구 · 개발(R&D) 비용보다도 작은 것이다.

▶▶ 채워야 할 것

일본 캐논은 최근 중국에 현지 사정을 고려한 저가 복사기를 투입했다. 분당 20장밖에 복사가 안 되는 흑백 기종으로,단순 복사만 가능하다. 도시바는 신흥국에 판매할 컴퓨터 개발에 착수했다. 하드디스크나 메모리 용량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 도요타도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0만엔 이하의 소형차 개발에 나섰고,혼다는 베트남 시장에 중·저가 오토바이를 내놓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쓰기로 했다.

글로벌 녹색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인도에서 농촌지역 생활필수품인 스토브(화덕)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이 제품 가격은 600루피(약 1만5000원).세계 조명기구 1위 업체 필립스는 기존 조리용 스토브를 개량해 농촌 가구의 연료비 부담을 50% 줄이고,몸에 해로운 연기를 90% 이상 없애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신흥국 증산층,5년 뒤 14억명

아시아 신흥국가의 내수시장이 '황금알'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선진국 소비가 주춤해지면서 경제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세계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 공략을 고집하던 일본 기업들도 저가 제품을 바탕으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시장을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차별화 못지 않게 오락 문화 영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 산업의 전략적 육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흥국가의 중산층 잠재력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가구당 연간 5000달러 이상 버는 신흥국 중산층이 2005년 5억4200만명에서 2015년에는 14억67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미래 산업 지형을 바꾸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증가 예상 인구 10억명 가운데 중국과 인도가 각각 40%,21%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가장 높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2008년 기준)은 3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진국 민간 소비가 GDP의 5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내수시장은 그만큼 성장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성장에 맞춰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중국 소비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게 분명하다. 또 중국 중산층 비중은 2005년 5%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1%,2025년에는 61%로 급증할 전망이다.

저소득층이 많은 인도의 구매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간 소득이 20만루피(500만원) 이하인 중·하류층이 2005년 인도 인구의 95%를 차지했지만 2015년 78%,2025년 58%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재 5%에 불과한 기업형 소매유통 부문은 2007년 200억달러에서 2013년 1070억달러로 연평균 40%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부터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발효된 점도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뽀로로'만으로 4000억원 벌어

콘텐츠 산업은 제조업이나 통신 등 다른 서비스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10억원을 투입할 때 창출할 수 있는 국내 고용인원은 제조업이 8.4명,통신업이 6.9명인 데 비해 콘텐츠 산업은 13.9명에 달한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매출도 2003년 44조원에서 2007년 62조원으로 5년간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다른 분야보다 성장성이 높은 산업임을 증명했다. 여기에는 온라인 게임의 비교우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 한류(韓流)의 영향이 작용했다. 비나 배용준 같은 특급 한류스타들은 단 한 번의 해외 공연(이벤트)으로 수백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콘텐츠산업 신성장동력 보고대회'를 통해 오는 2012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 같은 산업의 역동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외 매출 1억달러를 돌파한 문화 콘텐츠는 '뿌까' '뽀로로'(캐릭터),'대장금' '겨울연가'(드라마),'메이플스토리' '아이온' '리니지'(게임) 등 7종이다. 이 가운데 뽀로로는 90여개국에서 4000여억원을 벌었고 뿌까는 170여개국에서 4800여억원을 벌었다. 국산 캐릭터들의 인기 비결은 차별화한 캐릭터에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펭귄인데 비행 모자 고글을 착용했다. 뽀로로는 날지 못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펭귄이다. 이미 알려진 곰(곰돌이 푸),쥐(미키 마우스),고양이(헬로 키티)를 피한 것이다. '뿌까'는 빨간색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를 입은 중국소녀로,동양적 코드를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계 캐릭터 시장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이병헌 비 등의 한류스타들이 최근 잇따라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지만,그들의 영화 속 캐릭터 역시 한국이 아닌 일본의 닌자에 머물러 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문화적으로도 콘텐츠 분야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풍부한 편"이라며 "중국 콘텐츠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강점을 담은 온라인 게임이나 문화 콘텐츠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