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치료를 위한 운동은 '약간 힘들다' 는 정도로 옆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가 좋다. 고강도 운동은 오히려 혈당을 상승시킨다.
4월 19일 오전 서울 강북삼성병원 당뇨병 클리닉. 당뇨병을 2년째 앓고 있다는 김동만(64)씨가 양팔과 양다리를 혈압 측정할 때처럼 천을 두르고 누워있었다. 천에서 나온 줄들은 얽혀서 옆에 있는 기계와 연결돼 있었다. 당뇨병 합병증이 생겼는지를 알아보는 동맥경화협착검사라고 한다. 이 클리닉의 배유미 간호사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으로 인해 동맥경화가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검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갑자기 심한 피로를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당뇨병 판정을 받은 때가 2년여 전. 그는 “혼자 혈당조절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혈당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병원에 와서 관리·치료 받으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그는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와 약을 타 가고, 각종 검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78세인 장모와 이곳을 찾은 60대 사위가 앉아있었다. “식사한 지 얼마나 되셨죠? 혈당 잽시다.” 간호사가 손가락 끝에 피를 내 혈당치를 쟀다. “158㎎/㎗ 나오셨네요.” 간호사는 양말을 벗기고 발바닥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발 저림이 있나요?”
당뇨환자의 절반은 족부 질환을 갖고 있는데 이 스티커 색깔의 변화로 발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사위인 오춘길(62)씨는 “이 병은요, 평생 죽을 때까지 갖고 가는 것이라네요”라면서 “약 잘 먹고 식사 조절하고 여기 와서 관리 받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기 오면 혈당과 혈압만 재는 게 아니라 골다공증 검사 같은 것도 일 년에 한두 번씩 받는다”고 말했다.
“치료만 잘하면 정상 생활 가능”
당뇨병 질환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예방이 최우선으로 중요하다. 그렇다고 당뇨가 생겼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당뇨병 전문의들은 “혈당치를 정상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정상인과 별 차이 없는 생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정해진 운동 요법과 식사 요법을 따르고 정상적인 혈당과 혈압치를 조절해야 하는 등 환자 혼자서 관리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병원이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잘 이용한다면 체계적인 치료·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선 전국 150개 병원과 의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당뇨병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들에선 대부분 ‘당뇨 클리닉’ ‘당뇨 교실’ ‘당뇨 센터’ 등의 이름으로 이 같은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삼성서울병원, 을지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강북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 등에서 이처럼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교실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주 한두 번씩 정해놓고 단체 교육을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때 그때 환자들이 오면 책자를 나눠주고 1대1로 간단한 교육을 하는 곳들도 있다. 대부분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거나 입원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현재 종합병원의 당뇨병 센터들에선 종합적인 당뇨병의 진단, 관리, 합병증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곳에 가면 당뇨 전문 간호사들이 식단이나 운동량 조절에 대한 지침을 주고, 혈당 측정은 물론 합병증 발병 검사도 해준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두 차례씩 당뇨 걷기대회, 당뇨 조식회, 당뇨 뷔페, 당뇨 캠프 등을 열어 운동과 식사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당뇨 질환은 치료를 위해 운동·식사 요법 등을 제대로 지켜야 하고 다양한 질환들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중요하다. 병원의 당뇨 클리닉이나 당뇨 교실을 제대로 이용하라고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대학병원 내분비내과 박경수 교수는 “당뇨병 치료는 관련성 있는 질환이 나타날 때 한 곳에서 모두 관리하는 ‘원 스폿’ 서비스가 중요할 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약사, 영양사 간의 유기적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들에선 망막이나 신장에 이상이 생기는 합병증이 나타날 경우 해당 과들이 협진 체제를 갖고 치료할 뿐 아니라 의사뿐 아니라 영양사와 간호사가 대기해 식사 교육과 인슐린 주사 놓는 법을 전공별로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병원에선 당뇨환자들을 위한 당뇨 교실과 환자들의 모임인 ‘서당회’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외래 진료실에서 ‘당뇨병 교육을 받으라’는 처방이 나오면 이곳에서 강의를 받게 된다. 집단강의 두 번과 개인지도 한 번, 총 세 번의 강의가 한 세트로 진행된다.
서울대학병원 당뇨 교실의 당뇨교육전문 수간호사 심영숙씨는 “당뇨병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개론 강의를 비롯해 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자가 혈당검사는 어떻게 하는지부터 교육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이곳 당뇨 교실을 거쳐가는 환자 수만 500여명. 당뇨병이 연령대가 높은 노인에게 많이 찾아오는 만큼 인슐린 주사 놓는 방법을 연습시키는 데만 30분~1시간이 걸린다.
1986년에 당뇨병 진료소를 개설한 이래 1996년 말에 종합 당뇨병센터를 개원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선 합병증 검사실, 혈관검사실, 안저촬영실, 영양상담실, 간호상담실 등에서 당뇨 관련한 모든 검사를 당일에 받도록 하고 있다. 당뇨 교실은 매주 2회(화·목)에 걸쳐 운영하면서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 간호 상담 등을 하고 있다.
‘당뇨와 합병증’처럼 이론적인 설명과 강의를 받고 나면 해당 간호사들이 “여행할 때 편안한 신을 신고 적어도 하루에 두 번씩 발 검사를 해야 한다” “당뇨를 갖고 있다는 걸 나타내는 ‘당뇨수첩’을 갖고 다녀야 한다”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사항들을 환자들에게 교육시킨다.
강남성모병원은 인터넷업체 바이오당과 협력, 인터넷을 통해 혈당조절에 대한 전문의 소견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환자가 스스로 측정한 혈당을 휴대폰에 입력하면 연구팀이 이에 맞는 식이요법·운동요법·약물 등에 대한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조언해주는 것이다. 이 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환자의 정보가 컴퓨터에 구축되고 이를 기초로 인터넷을 통해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자를 돕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표준체중 유지’가 가장 중요
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표준체중 유지’는 절대적이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먹고 단식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당뇨 클리닉이나 당뇨 교실에선 전문 영양사들이 당뇨환자들을 위한 식사요법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한다.
‘정상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단당류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는 일반적인 설명을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식품별 칼로리를 따져 환자들이 공부하고 지식을 얻도록 한다. 경희의료원에선 매주 수요일 당뇨병 조찬회를 열어 환자들이 실습을 통해 식사요법을 교육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 가톨릭 성가병원의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
당뇨병 치료와 악화 예방을 위한 운동요법에 대한 교육도 병행된다. 당뇨병 치료를 위한 운동은 ‘약간 힘들다’는 정도로 땀이 등에 약간 나면서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가 좋다고 한다. 고강도의 운동은 오히려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스포츠 건강의학센터와 당뇨병 교실이 연계해 환자의 운동 상태와 혈당치를 점검 관리해주고 있다. 운동 전후로 혈당과 혈압을 측정하고 상태에 따라 적당한 운동량을 권장하는 식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박중열 교수는 “불규칙하게 장시간 하는 것보다는 단조로운 운동을 반복해서 하는 걸 당뇨병 치료를 위한 운동으로 권장한다”고 한다.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테니스 등을 들 수 있다.
당뇨병 치료와 예방은 혈당조절뿐 아니라 식사 요법, 운동 요법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인 만큼 이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희의료원이 운영한 제2회 ‘당뇨병 클리닉 걷기 대회’. 당뇨환자 및 보호자 16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당뇨 교육, 당뇨 체험사례 발표, 당뇨 뷔페 등의 강의로 시작됐다. 식후 혈당을 측정하고 준비 운동을 한 뒤 당뇨 걷기 대회가 진행됐다.
당뇨병 환자들의 생활 습관을 점검·관리하기 위한 캠프도 운영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선 1년에 한 번씩 여는 당뇨 캠프를 9년째 운영하고 있다. 치료 과정의 하나로 참가 대상은 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는 환자들로 제한했다.
3박4일간 열리는 캠프 기간 동안, 참여한 환자들은 최소 하루에 4번씩 혈당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 수치에 따라 각기 다른 식단들이 캠프 내내 제공된다. 영양·약제·간호·사회사업·운동·의교 등 분과별 스태프들이 옆에서 환자들을 교육시키고 도와주는 형태라고 한다. 이 병원의 당뇨병 전문간호사 심강희씨는 “당뇨병은 대표적인 생활습관 병으로, 습관을 바꾸는 것은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아는 만큼 행동하기 때문에 이처럼 캠프를 통한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밖에도 당뇨병 전문의들은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라고 권한다. 당뇨병 초기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박중열 교수는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해 혈당 수준과 향후 치료방법에 대해 의사와 함께 의논해야 한다”면서 “만성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고 예방 치료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병원의 당뇨 클리닉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관리를 받는 것 외에도 환자의 가족이나 주위 사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당뇨병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혈당조절만으로 그치지 않고 영양 칼로리 섭취량과 신체 활동량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만약 “우리가 먹는데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면서 음식을 권했다가는 큰일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학병원 박경수 교수는 “가정에선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당뇨를 앓는 학생에게 일반 학생과 같은 식단을 권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학교 양호실에서도 이런 학생들 명단을 확보해놓고 특별 관리를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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