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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대장암

대장암, “대변 관찰·정기검진 잘하면 대장암으로 죽지 않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4. 3.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대장암은 암 발생 순위 4위 정도였지만 2005년부터 위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사망률도 최근 10년 새 두 배나 늘었다. 1996년 인구 10만명당 6.3명이던 사망자 수는 2006년 12.8명으로 늘었다. 최근 국립암센터의 병동에는 위암 환자보다 대장암 환자가 더 많아졌다. 전문의들은 대장암의 증가 요인을 우리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찾는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처럼 대장암이 곧 위암을 제치고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35년 동안 대장암을 진료·연구해온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는 “대장암이 앞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겠지만 5년마다 정기검진만 받아도 대장암으로 사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한다. 박교수는 국내에서 대장암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전문가다. 그로부터 대장암의 최근 추세와 진료법 등을 들어보았다.

평소 대장암을 손가락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대장암을 손가락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믿지 않는다. 의사가 장갑을 끼고 항문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대장암을 진단하는 것인데 이를 항문수지검사라고 한다. 이 방법으로 전체 대장암의 3분의 1 정도를 진단해낼 수 있다. 대장은 소장 끝에서부터 항문까지의 장기로 길이는 1m50cm 정도이다. 이 중에서 상당 부분이 ‘결장’이고 항문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대장 끝 부분(15cm가량)이 ‘직장’이다. 대장을 거쳐 온 대변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결장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대장암의 3분의 2가 직장에서 발생한다. 수분이 빠진 딱딱한 대변이 점막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크고 대변에 독소가 많아 직장 내부 세포를 변화시킨다. 직장에서도 항문에 가까운 쪽으로 갈수록 암이 많이 발생한다.

손가락은 매우 예민해서 CT나 내시경보다 더 정확하게 암을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대장암 검사를 할 때 CT나 내시경보다 우선 항문수지검사를 해달라고 하라. 가장 원시적인 것 같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손가락이 닿지 않는 나머지 대장에 생긴 암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손가락이 닿지 않은 부분의 진단에는 내시경을 추천한다. 내시경으로 암이 확인되면 CT를 통해 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초음파 검사로는 암세포가 조직 내부로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가 있는지 살펴본다. 이런 세밀한 과정을 거친 후에 수술 범위와 수술 형태(개복술·복강경술) 등을 결정한다.

대장암으로 악화되기 전에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대장암의 80~90%는 폴립(polyp, 용종)을 키운 경우다. 폴립은 처음에는 좁쌀만 하지만 콩·밤톨 정도로 점차 커지면서 대장암으로 발전한다. 폴립의 크기가 2cm 이상이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40% 이상이다. 폴립이 대장암으로 가는 기간이 5~10년 걸리므로 이 기간 내에만 발견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40대 이상 일반인이 5년마다 내시경 검진을 받아 폴립이 있는지만 확인해도 대장암에 걸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폴립은 발견하자마자 올가미가 달린 내시경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다만 폴립이 1cm 미만이면 제거 3년 후, 1cm 이상이거나 여러 개라면 제거 1년 후에 다시 내시경 검사를 받아 재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50세가 넘으면 10명 중 2~3명은 대장 내에 폴립이 있고, 60세 이상은 대부분 폴립이 있다고 보면 된다. 폴립은 4 대 6 정도로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이 생긴다.

폴립 외에 대장암 발생 요인에는 또 무엇이 있는가.

우선 유전성 대장암을 꼽을 수 있다. 대장암의 5~15%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유전이라고 해서 가족 전부가 대장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2~3배 높다.

염증성 장질환이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crohn’s disease)이 있을 경우 발병 위험이 4~20배 증가한다.

그 밖의 발생 요인으로는 식습관과 노동량 등을 들 수 있다. 육류와 알코올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량이 많은 직업군에서 결장암의 발생 위험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신체 활동이나 운동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대변의 장내 통과 시간을 짧게 하므로 대변 속에 있는 발암물질이 장 점막에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 발암을 억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상 생활에서 대장암이나 폴립이 생겼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먼저 대변 색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변이 선홍색 또는 검붉은 색이거나 대변에 점액질이 묻어나오면 대장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의들이 환자에게 대변 관찰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대장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앞에 소개한 것처럼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진단해보길 권한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부끼리 확인해볼 수도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증상을 들어보자. 멀쩡하던 성인이 갑자기 빈혈을 자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대장의 오른쪽 부분 즉, 우측결장(맹장·상행결장)에 암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있는 대변은 묽은 상태이기 때문에 장을 통과하면서 막히는 일(장폐색)은 별로 없다. 대신 출혈을 하게 되는데 병원에서 현미경으로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따라서 빈혈 증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대변이 이동해서 좌측결장(하행결장·에스결장)으로 가면 수분이 없어져서 딱딱해진다. 종양이 있으면 대변이 걸려서 장폐색 증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배변 습관에 변화를 느낀다. 특히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딱딱해진 대변이 암세포에 막혀 쌓이므로 변비 증세를 느끼다가 며칠 만에 한 번씩 설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대장암이 확인되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같은 대장이라도 직장과 결장의 세포 구조가 다르므로 부위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르다. 항문과 가까이에 생기는 직장암은 수술을 하지 않고 최근에는 방사선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부위에 상관없이 무조건 수술로 치료했다. 특히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들어내고 인공 항문을 달아야 했다. 그런데 10년 전부터는 웬만하면 항문을 살리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술 환자의 94%가 인공 항문을 달았지만 2000년 들어서는 이 수치가 6%대로 떨어졌다.

결장암인 경우에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을 한다. 개복 수술은 배를 15~20cm 절개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1cm 이하 구멍을 몇 개 뚫어 수술하므로 상처도 쉽게 아문다.

암세포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방사선이나 수술을 하지 않고 내시경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내시경으로 진단과 동시에 암세포를 제거하기도 한다. 특히 조기에 발견해서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하면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완치가 가능하다.

한 가지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은 캡슐 내시경이다. 최근 국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캡슐 내시경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사실 캡슐 내시경은 구불구불한 소장과 같은 곳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그것도 염증 질환인 크론병과 같이 매우 드문 질환에만 이용한다.

국내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는 외국, 특히 미국으로 가서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조하는데 대장암은 절대로 미국까지 가서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수술한 환자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욕부터 나왔다. 미국의 어떤 의사가 수술했는지 모르지만 수술 같지도 않은 수술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국까지 가서 돈은 돈대로 쓰고 형편없는 수술을 받아 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암에서 우리의 수술 실력이 외국보다 우수하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수술 후 암 생존율이 높다고 선전하면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고 하는데, 사실 그것은 치료 기술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조기 발견율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도 대장암을 조기에만 발견하면 미국보다 더 높은 생존율을 기록할 수 있다.

대장암이 치질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치질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는 않지만 암 때문에 치질이 생길 수는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치질이 생긴다면 대장암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육류가 대장암을 유발한다고 해서 육식을 하지 않는 대장암 환자들도 있다.

그런 환자를 많이 접한다. 돼지고기·소고기 등 육류가 대장암 세포를 키운다는 임상 연구는 없다. 과다한 육류 섭취는 피해야겠지만 항암 치료를 위한 기초 체력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육류 섭취는 필수적이다. 다만 생선회는 기생충 또는 세균 감염 가능성 때문에 피하도록 권하고 있다.

앞으로 대장암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대장암은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 과거에는 대장암 환자가 거의 없었다. 고기와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서 생긴 이른바 선진국병이다. 매년 전체 암환자의 10~11% 정도인 1만2천명 정도가 대장암 판정을 받는다. 이는 향후 5~10년 내에 15~20%까지 늘어나 암 발생률 1위가 될 것으로 본다. 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대장암 발병률이 위암을 앞질렀다.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