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류별 암/대장암

대장암, 화장실 습관 바뀌고 치질과 증세 비슷 조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8. 23.

대장암, 화장실 습관 바뀌고 치질과 증세 비슷

 

치질로 가볍게 여기다 병 키울 수도

최근 큰오빠가 대장암 진단을 받아 충격을 받았던 정모(57·여·자영업·서울 금천구 독산동) 씨. 그도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혈변이 나오고 변이 가늘어지는 등 오빠와 증세가 비슷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질인가도 생각해 봤다.
 
오빠는 지난달 19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대장암을 떼어 내는 7시간의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치료중이다. 그는 오빠의 병간호를 하면서 23일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김남규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2003년 동아일보 베스트닥터 대장항문질환 분야 1위에 올랐던 교수로 환자에게 성실하고 꼼꼼하게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들이 치질로 알고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가 대장암이 의심돼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김 교수)
 
치질도 변에 피가 섞여 나오지만 배변 습관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대장암과의 큰 차이다. 정 씨는 최근 불안하고 초조해지면서 변을 하루에 4, 5번 볼 정도로 배변 습관이 변했다.
특히 매번 힘들게 변을 보았고 변이 가늘어진 증세는 1년이 다 돼 간다. 하루하루 바쁜 생활 속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오빠의 대장암 수술을 계기로 병원을 찾았다.
 
“대장암은 초기엔 증세가 거의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암이 상당히 진행돼서야 찾아오죠. 대장암은 생기는 곳에 따라 증세가 달라요. 암이 오른쪽 장에 생기면 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설사가 나거나 배에 통증이 생기지요. 또 왼쪽에 생기면 배변 장애와 변비 설사의 반복이, 더욱이 직장에 가까우면 변 보기가 힘들어지고 잔변감과 혈변 등의 특징이 좀 더 두드러집니다.”(김 교수)
김 교수는 이러한 배변 습관의 변화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치질로 여겨 가볍게 생각하거나 임의로 약을 복용하다 병을 키워 병원을 늦게 찾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하루 두 갑 정도 피웠어요. 식사도 불규칙하게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육류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요.”(정 씨)
대장암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갖는 것이지만 정 씨는 그렇지 못했다.
 
정 씨는 “남대문시장에서 새벽 옷 장사를 쭉 해오면서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은 폭식하거나 급하게 먹는 식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며 “오빠와 식습관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 씨의 경우 술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과음은 장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직 술과 대장암의 위험률을 보여 주는 역학조사는 없지만 대장암 환자 중에 과음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다른 부위의 종양이나 전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 제공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 직장수지검사로 암 여부 50% 확인
김 교수는 배에 덩어리가 만져지는지 검진한 뒤 항문에 집게손가락을 넣어 직장에 암이 있는지 살펴보는 직장수지검사를 시행했다.
 
직장수지검사는 비용이 많이 안 들고 금방 끝나는 단순한 검사지만 대장암 여부를 50% 정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다. 직장수지검사는 전립샘암이나 전립샘비대증 여부를 알기 위해서도 자주 사용된다.
 

검사 결과 정 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정 씨는 대장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대장내시경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예약했다. 대장내시경은 전날 금식을 하고 하제(관장제)를 복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선종성 용종(물혹)을 가만히 놔두면 100% 암으로 변하기 때문에 혹 같은 것이 보이면 떼어내 조직검사까지 같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흘 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정 씨는 내내 불안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 수술을 받은 오빠가 회복이 빨라 퇴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50여 분이 걸린 긴 검사였다. 간호사는 몇 군데 조직을 떼어 냈지만 별다른 이상을 찾지 못했으니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자고 안심시켰다.


■ 전문가 진단

정 씨는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2개의 용종(물혹)이 발견됐다. 직장 쪽에 1cm 크기의 용종과 오른쪽 대장(하행결장)에 4mm의 작은 용종이었다. 조직검사 결과 직장의 용종은 조기 대장암으로 판명됐고 하행결장은 단순 용종으로 나왔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다른 부위의 종양이나 전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 씨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으면서 용종 부위를 떼어 내는 시술을 같이 받았다. 진단 겸 치료가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정 씨는 가족력이 있고 용종 치료까지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안에, 이후부터는 주치의와 상의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주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된다.
 
대장암은 남성 가운데 위암 폐암 간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여성의 경우는 위암,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남녀 모두 두 번째로 흔하다. 국내에서도 생활 패턴이 서구화하면서 대장암 발생 빈도가 계속 늘고 있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기나 말기 환자다. 따라서 대장암 고위험군은 조기 진단을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를 철저하게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 또는 용종이 있는 환자 가족은 40세부터 5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유전성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유전 상담과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또 용종 치료를 받았다면 3년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한다.
 
그러나 대장암의 75%는 특별한 위험 인자가 없는 사람에게도 발생하므로 일반인도 50세 이후 5년 주기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 대장암 수술은 초기 중기인 경우 복강경 수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아 조기 퇴원이 가능해지고 있다. 암이 항문에 가까운 경우 항문을 없애야 한다는 우려와 인공항문을 단다는 두려움 때문에 간혹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엔 수술기법이 발전돼 항문기능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장암 예방에 좋은 음식은 동물성 식품보다는 식물성 단백질인 콩류,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정어리 고등어 꽁치 방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류와 들깨 등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한 정제되지 않은 곡류와 버섯 및 해조류, 노화 방지를 돕는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등을 함유한 과일과 녹황색 야채도 좋다. 생선과 고기를 직접 불에 태우거나 훈제하는 조리법은 발암물질을 발생시키므로 피하도록 한다.
김남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