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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쉬어가기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6. 16.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산다는 것, 더욱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답을 찾기 힘든 질문이다.


어쨌든 열심히 사는 게 가치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엉성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들이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달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다는 건 바로 그런 모습이리라.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다. 인격은 돈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라에도 국격(國格)이 있다.
 
국민소득이 많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국격을 높여야 선진국이다.
 
국민 각자의 품위가 국가의 품위를 결정한다.

우리 사회는 기초질서 위반이나
 
준법정신 실종에 대해 둔감해져있다.

외국여행을 하며 얼굴 붉히는
 
행태를 서슴지 않는 건 또 어떤가.


국민품위를 떨어뜨리는
 
저질·저속문화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결혼식장 풍속도를 한번 보자.
 
격조가 있어야할 결혼식장은

마치 개그프로처럼 희화화된다.


사회자는 신랑입장 때 하객들의 박수가 적다고
 
다시 입장시키는가 하면

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가 퇴장하기 직전
 
신랑에게는

만세삼창과 팔굽혀펴기를 강요하고

신부에게는“봉 잡았다”를 외치게 한다.


신랑에게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안고 출발하라고 하니

드레스가 발에 걸려 넘어지는 꼴불견도 흔히 일어난다.

결혼식은 으레 그렇게 하는 것인 양 유행처럼 번져간다.


인생을 새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진지함은 없다.

전쟁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항해를 할 때는

두 번, 결혼할 때에는 세 번 기도하라고 했다.

그렇게 중요하고 신성한 결혼을
 
개그 프로처럼 시작하는 것이다.

진지할 때와
 
웃고 즐길 때를
 
구별 못하고 있다니 . . .



사람에게는 모두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세계 66억 인구의 얼굴이 다 다르듯이 각자는

능력이 다르고 해야 할 일도 다르다.

남을 닮아야할 까닭도 없다. 소금과 설탕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인데도 소금이 더 짠가,

설탕이 더 단가를 비교하는 경우는 없는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눈과 코, 이마는

누구를 닮겠다고 성형을 한다.

제 갈 길이 다른데 남 흉내내며 남을 닮으려는 건

가짜 인생을 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기의 삶은 자기의 지문처럼 유일한 것이고 독특한 것이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360도 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가 1등을 할 수 있다.

그런 경주를 하는 것이 '인생 마라톤'이다.


행복을 재는 잣대는 없다.

그러나
 
[행복 = 물질적 소비 / 욕망]이라는
 
방정식을 빌려 따져보자.

자기가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분수에 맞게 살면서

욕심을 줄인다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는가.



최근 한국의 고위 공직자 재산이 공개됐다.

대부분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 많은 걸 탓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법을 어겨 재산을 불렸다면
 
책임을 묻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일 것이다.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단편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많은 땅을 차지하던 날 죽는다.

그의 하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치수대로

땅을 파서 그를 묻었다는 내용이다.


인생은 종착점을 알 수 없는 마라톤과 같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달려야한다.

참고 견디며 무언가 애써 이루려는 노력도,

그럴 생각도 없이 얄팍하게 살려는 젊은이들이 많다.

부모에 기대면서 불평불만이다.

모자라는 걸 채워 가는 삶이 떳떳한 줄 모른다.

참된 행복은 절제에서 나오는 것인 줄도 모른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다.

무엇이 되어야 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를 스스로 물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무도 자기 인생을 만들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날 때 입는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