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대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연구자인 라우라 보야르스카이테 박사는 "낮 동안 수면 압력이 쌓여 몸은 지쳤지만, 뇌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신호를 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 지나간 대화를 되짚거나 다음 날 일을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녁까지는 눈을 뜨기 힘들 만큼 피곤했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정신이 또렷해지는 경우가 있다. 낮에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연달아 떠오르면서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를 흔히 '피곤하지만 각성된 상태(tired but wired)'라고 표현한다. 정식 질환명은 아니지만, 몸은 지쳤는데 뇌의 긴장은 풀리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생각이 꼬리를 물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불편하거나 갑자기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이 나타날 수 있다.

◇몸은 지쳤는데 뇌는 깨어 있는 이유
낮 동안 깨어 있으면 몸에는 잠이 필요하다는 '수면 압력'이 쌓인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불안, 늦은 시간의 카페인 섭취, 스마트폰이나 밝은 조명 등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해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는 일반적으로 저녁이 되면서 낮아지지만, 긴장이나 걱정이 계속되면 뇌가 편안한 상태로 전환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오늘도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자체가 긴장을 더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신경과학자이자 수면 연구자인 라우라 보야르스카이테 박사는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을 통해 "낮 동안 수면 압력이 쌓여 몸은 지쳤지만, 뇌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신호를 받을 수 있다"며 "그 결과 지나간 대화를 되짚거나 다음 날 일을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낮에는 일과 이동, 집안일 등으로 주의가 분산된다. 반면 침대에 누우면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미뤄뒀던 걱정이 한꺼번에 떠오를 수 있다. 수면의학 전문의 톰 체임버스 박사는 "침실에서는 외부 자극이 줄어들기 때문에 낮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뇌의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는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머릿속 걱정과 '반드시 자야 한다'는 압박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생각을 종이에 적거나 단순한 단어를 반복하고,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 방법을 제안한다.

◇뇌의 긴장 낮추는 세 가지 방법
▶걱정과 할 일 종이에 적기=
첫 번째 방법은 머릿속 생각을 종이에 적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나 걱정거리, 계속 떠오르는 생각을 잠들기 전에 적어두면 같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흔히 '브레인 덤프'라고 부른다. 수면 전문가 제임스 윌슨은 "피곤하지만 각성된 사람들은 정신적·감정적 긴장을 침대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며 "저녁 식사 후 생각을 적거나, 침대 옆에 메모지를 두고 잠들기 전이나 밤중에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적는 것도 방법이다. '실험심리학저널'에 발표된 소규모 연구에서는 성인 57명에게 잠들기 전 5분 동안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이미 끝낸 일을 적게 했다. 그 결과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적은 집단이 끝낸 일을 적은 집단보다 더 빨리 잠드는 경향을 보였다. 해야 할 일을 기록하면 '잊지 않도록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휴대전화에 적으면 화면의 빛이나 다른 알림이 잠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종이와 펜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단순한 단어나 소리 반복하기=의미가 크지 않은 짧은 단어나 소리를 조용히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침대에 누워 자극적이지 않은 한 음절이나 짧은 단어를 마음속으로 천천히 되풀이하는 식이다. 체임버스 박사는 "단순한 단어를 반복하면 머릿속으로 끼어드는 생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뇌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자극에 집중하면 걱정이 다른 걱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잠시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단어를 반복하는 방법의 효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감정을 자극하는 문장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어보다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짧은 소리를 고르는 것이 좋다. 단어를 잘 고르려고 고민하거나 정확히 반복하려 애쓰면 오히려 긴장이 커질 수 있으므로 편안하게 시도해야 한다.

▶잠들려고 애쓰지 않기=잠이 오지 않을 때 '빨리 자야 한다'고 애쓰면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질 수 있다. 잠들지 못할까 봐 시계를 계속 확인하거나 남은 수면 시간을 계산하면 불안과 긴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때는 잠을 억지로 청하기보다 편안하게 누워 깨어 있으려고 하는 '역설적 의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불을 끄고 편안하게 누운 뒤 잠을 반드시 자야 한다는 목표를 내려놓고, 눈을 감거나 살짝 뜬 채 가만히 쉬는 방법이다. 체임버스 박사는 "수면은 억지로 쫓아가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이라며 "깨어 있으려고 하면 '반드시 잠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 오히려 잠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연구저널'에 실린 임상시험 10건의 분석에서도 역설적 의도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잠드는 데 오래 걸리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불면 치료 전체를 대신할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방법을 시도해도 잠들기 어려운 상태가 반복되거나, 낮 동안 졸림과 피로·집중력 저하가 심하다면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로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잠 문제가 수개월간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불면장애나 불안·우울증,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진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6/07/31/2026073103024.html
 

출처: 크리에이터정관진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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