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이경진 씨(60ㆍ가명)는 원래부터 얼굴에 조그마한 점이 하나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그 점이 점차 커지고 색깔도 변했다. 이씨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었고 가렵지도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점이 더욱 커지고 더 진해지더니 진물과 피까지 나오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피부암이라는 판정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외선 노출이 많은 여름철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피부암이다. 피부암은 만성적 피부 자극, 각종 발암성 화학물질에 노출돼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피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인자는 자외선이다.

각종 연구와 보고에 따르면 피부암은 최근 10년 새 서양에서 2배나 늘었다. 우리나라도 피부암이 전체 암의 3%를 차지할 정도로 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김원석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고령자 급증과 함께 선탠이나 해양스포츠와 같은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오존층 구멍이 넓어져 햇빛 강도가 세지면서 피부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피부암 환자는 2.2배, 특히 20ㆍ30대는 3.8배 늘었다. 최근에는 피부암 환자가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한국, 미ㆍ유럽보다 피부암 인식 낮아 피부암은 피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크게 '흑색종'과 '비흑색종'으로 나뉜다. 흑색종은 멜라닌세포나 모반세포가 악성화된 종양으로 다른 암과 같이 전이를 잘하고 항암 치료에 반응을 잘 하지 않아 생존율이 매우 낮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에 반해 비흑색종은 매우 흔하게 발생하지만 진행 속도가 느리고 잘 퍼지지 않아 늦게 발견하더라도 수술만 잘하면 거의 완치된다. 피부암은 피부에서 발생하는 '원발암'과 다른 장기의 암으로부터 전이돼 발생하는 '전이암'으로도 나뉜다.

김원석 교수는 "한국에서는 서양보다 피부암 발생 빈도가 낮아 이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피부과 전문의를 제외한 의료인에서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병이 한참 진행된 후나 부적절한 치료를 받고 재발해 피부과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김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피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 쉽게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단순한 점이나 검버섯 혹은 만성적인 종기나 상처로 치부하고 방치한다. 그러다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 피부암 전 단계 '광선각화증'과 '보웬병'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거나 짓무르면서 색깔이 변하면 광선각화증과 같은 피부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입술은 가장 민감한 피부 조직으로 다른 피부보다 50% 정도 두께가 얇아 자외선에 가장 취약하다.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입술은 다른 피부와 달리 멜라닌색소가 없어 자외선에 특히 취약하다"며 "자외선에 많이 노출돼 손상되면 광선각화증과 같은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선각화증은 태양이나 인공 광원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생하는 표피 내 종양이다. 일반적으로 붉은 갈색 또는 노란 검정 색깔을 띠며 마르고 유착된 피부 각질이 붙은 반점이나 피부가 솟아오른 형태로 나타난다. 증상은 대개 없지만 가벼운 자극감이나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 있다.

보웬병은 상피 내 편평세포암으로 내부 장기의 악성 종양과 연관돼 있으며 비소 중독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비소제는 살충제, 쥐약, 제초제, 화학치료제, 페인트, 벽지, 도자기류 등에 사용되며 이들 화합물이 신체 조직이나 기능에 해로운 효과를 미치는 것을 비소중독이라고 한다.

보웬병은 대개 증상이 없고 서서히 자라며 붉은색의 피부 각질을 동반한 형태로 나타난다. 발생 부위에는 털이 없으며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양성 습진과 구별하기 어려워 진단이 늦어지는 때가 많다.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 단계에서는 외과적 절제수술 없이 항암연고 치료나 냉동 치료, 레이저 소작술과 같은 치료에도 반응이 좋아 회복 기간이 짧고 흉터 발생이 적다. 따라서 초기 단계의 피부암을 발견하려면 피부과 전문의 소견을 듣는 것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 비흑색종인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은 가장 흔한 피부암으로 전체 피부 악성 종양 중 30~40%를 차지한다. 주로 머리와 목, 특히 얼굴 중앙 상부에 잘 생긴다. 눈꺼풀, 코 쪽 눈 구석, 귀 뒤 등에도 자주 발생한다.

기저세포암은 투명하지 않고 표면에 붉은 실핏줄이 보이는 작은 덩어리로 시작한다. 덩어리가 자라면서 대개 중앙부에 궤양이 생기고 둥글게 만 듯한 테두리에 둘러싸인다.

대부분 초기에는 검버섯, 점으로 오인하기 쉽고 실제로 레이저 치료를 받고 자꾸 재발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수술을 하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주로 얼굴 중앙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저세포암은 가능한 한 발생 부위가 작을 때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평세포암은 표피의 각질 형성 세포에서 유래한 악성 종양으로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에서 발생한다. 일광 노출 부위인 얼굴에 절반 이상 발생하고 특히 입술, 뺨 등에 잘 생긴다. 또한 20%는 다리에서 발생하며 흉터도 중요한 유발 인자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에 비해 재발이나 전이될 위험이 더 크다. 발생 부위는 대개 작고 단단한 덩어리로 시작한다. 넓적하게 융기된 형태, 사마귀 모양, 또는 궤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한다. 대개는 단단하게 만져지며 발생 부위의 경계부는 명확하지 않다. 궤양은 주로 중심부로부터 생기며 표면은 쉽게 출혈하고 딱지가 앉아 있기도 한다. 궤양 주변부는 높아져 있고 단단하다.

◆ 자각 증상이 없는 무서운 흑색종 흑색종은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흑색종의 20~50%는 기존의 융기한 흑갈색의 반점에서 발생한다. 가려움증이나 통증과 같은 자각 증상이 없으며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작은 덩어리로 보여 정확한 진단을 하려면 자세한 육안 관찰과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바닥이나 발바닥, 손ㆍ발가락에 발생하는 말단흑색점흑색종이 60% 정도로 가장 흔하다.

몸에 없던 이상한 점이 생기거나 원래 있던 점의 색깔이 달라지고 커지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피부 속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을 경우나 이유 없이 피부가 헐고 진물이 날 때도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점이 6㎜ 이상 비교적 크고 모양이 비대칭적이고 경계가 불규칙하며 색이 얼룩덜룩할 경우 피부암 중 흑색종을 의심해야 한다.

김원석 교수는 "피부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날 때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증상이 발견되면 일단 병원을 방문해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부터 해보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60세 이후 고령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피부과에서 피부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진료를 하는 것이 좋다. 피부암 진료는 육안검사 및 피부 특수현미경 검사 등 환자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은 검사만으로도 대부분 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또한 자외선 강도가 높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는 가급적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기홍 영남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암과 직접 관련 있는 자외선을 피하려면 선크림을 바르거나 긴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사용해야 한다"며 "만약 손이나 발, 얼굴 등에 새로 생긴 점이 점점 확대되거나 피가 나고 헐면 바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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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TAYS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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