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국내 의료체계에서 '짧은 진찰시간-다수 환자' 구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암 환자를 진료하는 종양내과 영역에서 현행 진찰료 체계가 진료의 복잡성과 책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상대가치 개편에 따른 진찰료 인상과 심층진찰 수가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종양내과 진료 특성을 반영한 '복잡도 기반 추가 보상' 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AI(구글 gemini) 생성 이미지.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이정찬 연구원은 최근 "진찰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현 수가체계가 진료의 질 저하와 필수의료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며 종양내과 중심의 '복잡도 기반 진찰료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진찰료는 전체 요양급여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7년 28.0%였던 진찰료 비중은 2022년 21.5%까지 감소한 반면, 검사료는 11.6%에서 18.2%로 증가했고, 처치·수술료는 22.9%에서 27.0%로 증가했다.
이는 최근의 의료서비스 보상이 '환자를 보고 판단하는 행위'보다 '검사·처치'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의정연은 분석한다.
의정연은 이러한 구조가 결국 ▲짧은 진찰시간 ▲과도한 환자 수 ▲박리다매식 진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암과 같은 중증질환과 경증 환자를 동일한 진찰료로 보상하는 현 구조는 "근본적인 설계 오류"라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진찰의 시간과 난이도를 반영한 보상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진찰의 복잡성과 환자 관리 부담을 별도 코드로 보상하는 구조가 이미 도입돼 있다. 메디케어(CMS)는 2024년부터 외래 진찰(E/M) 코드에 '복잡도 추가 코드(G2211)'를 적용해, 장기적이고 관계 기반으로 이뤄지는 환자 관리의 추가 부담을 보상하고 있다. 해당 코드는 표준 진찰료로 포착하기 어려운 지속적 관리 비용을 반영하는 장치로, 건당 약 16달러 수준이 추가 지급된다.
또한 암 진료에서는 '에피소드 기반 월정액'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 Oncology Care Model(OCM)에서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경우에도 코디네이션, 전화 상담, 데이터 관리 등에 대해 환자 1인당 월 160달러를 지급하는 '구독형 보상' 개념을 도입했다. 이후 후속 모델인 Enhancing Oncology Model(EOM)에서는 월 70달러에 저소득층 환자 추가 30달러를 더해 최대 100달러 수준의 관리료를 지급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항암 치료 전반의 관리 부담을 반영한 다층적 가산 체계를 운영 중이다. 외래 화학요법 가산은 입원이 아닌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수행할 때 필요한 인력·시설·관리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로, 환자 연령에 따라 약 4500~6700엔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항암제 효과와 부작용, 생활관리 사항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경우 '암 환자 지도관리료'가 약 2000~5000엔 수준에서 산정되며, 유전체 검사(NGS) 결과를 기반으로 다학제 논의를 거쳐 맞춤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최대 5만엔 규모의 '개별화 의료 가산'이 적용된다.
특히 면역항암제 사용 시 발생하는 특수 부작용을 타 진료과와 협진해 관리하는 경우에도 별도 가산이 부여되는 등, 치료 과정 전반에 걸친 복잡성과 관리 부담을 세분화해 보상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항암 진료 관련 수가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여전히 진찰 자체의 복잡도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외래 항암주사관리료는 항암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한 환자를 최소 30분 이상 관찰한 경우 1일 1회 약 3만 5000원을 산정할 수 있다. 또한 항암화학요법 시행 전 치료계획 수립과 부작용 설명, 동의서 확보, 평가 결과 기록 등을 포함한 '부작용 및 반응평가료'는 약 3만 8000원 수준이다.
이와 함께 환자 대상 교육과 상담을 수행할 경우 '암환자 교육상담료' 약 4만 7000원이 적용되며, 항암요법 변경 시 재교육에는 50% 가산, 6세 미만 소아 환자에는 10% 가산이 붙는다.
여기에 더해 심층진찰 시범사업 등 일부 제도가 있으나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고, 낮은 수가와 높은 행정 부담으로 현장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실제 외과계 교육상담 시범사업은 참여 저조로 종료되기도 했다.
종양내과, 치료 전체를 설계하는 과정
의정연은종양내과 진료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복잡도 기반 수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암 환자 진료는 단순 진찰이 아니라 ▲병기·유전자·동반질환을 고려한 치료 전략 수립 ▲항암·면역·표적치료 선택 및 변경 ▲치료 중단 판단 등 고위험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중구감소, 면역 이상반응, 혈전·출혈 등 중대한 부작용을 상시 관리해야 하며, 영상·병리·유전검사 및 타과 협진, 지역 의료기관 연계까지 포함한 '조정(coordination)' 업무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환자 교육, 상담, 전화 대응, 장기 추적관리까지 포함하면 종양내과 진찰은 '단순 외래 진료'를 넘어 '치료 전 과정을 설계·관리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정연은 종양내과 진찰료 개편 방향으로 ▲복잡도 기반 진찰료 가산: 치료계획 수립·변경 등 고난도 의사결정에 추가 보상 ▲항암치료 유형별 관리 보상: 정맥·경구·피하 등 치료 방식에 따른 관리 부담 반영 ▲진찰 간 관리 월정액 도입: 전화 상담, 부작용 대응, 다학제 조정 등 비대면 관리 보상 ▲완화의료·협진 가산: 진행성 암 환자 관리와 다학제 협진에 대한 보상 강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미국에서 도입된 '복잡도 추가 코드(G2211)'나 항암환자 관리 월정액 모델처럼, 환자와의 지속적 관계와 관리 책임을 반영하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의정연은 현재 구조가 지속될 경우 필수의료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은 수가가 짧은 진찰시간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박리다매식 많은 환자 진료가 필요해지면, 전체 진료 질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중증환자 진료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 정부는 비용분석 기반 4차 상대가치 개편에 맞춰 과보상 영역의 상대가치를 조정,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을 채워주는 것을 고려중이다. 여기에 심층 진찰에 대한 수가 인상도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이정찬 연구원은 "종양내과는 가장 높은 책임과 복잡성을 요구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진찰료 체계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입 시간, 질환 복잡도, 관계 기반 관리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수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학신문 이재원 기자 jwl@bosa.co.kr



  • * Copyright ⓒ 의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출처: 크리에이터정관진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