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의 장/쉬어가기
스크랩 늦은 밤, TV가 스마트폰보다 낫겠지?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5. 19. 03:55
최훈의 이것도 심리학 아직 결혼하기 전,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필자의 잠자리는 소파인 경우가 많았다. 학업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하루 종일 영어만 들어서 그런지 한국말이 고팠다. 그래서 한풀이라도 하듯, 씻고 잠옷을 입고는 소파에 누워 한국말로 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했다. 모국어를 들어서인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어느새 꿈나라로 떠나게 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루틴이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가 펄쩍 뛰었다. ‘잠자리에 무슨 TV야, 푹 자라!’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TV를 침실에 들이지 말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으니까. 실제로 TV 시청이 수면에 긍정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일단 TV 화면에서는 빛이 나온다. 빛은 수면의 적이다. 일단 빛이 눈에 들어오면 뇌는 현재를 낮이라고 착각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시키고 시신경교차상핵에 영향을 미쳐 잠을 쫓는다. 게다가 TV 프로그램은 대개 오락적·감정적 자극이 강해 뇌를 각성시킨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몰아 보다가 밤을 새워본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엔 이 말이 ‘차라리 TV가 낫다’로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최강의 빌런, 스마트폰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역시 빛이 나오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TV와 비슷하다. 하지만 조금 더 선을 넘는다. 스마트폰은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굴에 더 가까운 곳에서 시청하게 된다. 따라서 눈이 받는 빛도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멜라토닌 억제 효과도 커질 수 있다. TV 프로그램도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콘텐츠, 특히 쇼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의 도파민 폭탄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TV 프로그램은 짧아도 30분 이상이고, 일반적으로 기승전결의 방식을 취한다.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좀 졸린(?) 초반부도 존재한다. 이에 반해, 쇼츠는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을 압축해 보여줘, 매우 짧은 주기로 도파민 히트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도록 한다. 심지어 영상이 끝나면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경우도 많아서 중간에 멈추기가 어렵다. TV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을 보려면 채널을 변경하거나, 리모콘을 조작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탐색하는 등의 새로운 행동을 해야 한다. 즉, 시청을 이어가려면 스스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명시적 결정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의 쇼츠는 짧은 영상이 끝나자마자 자동으로 다음 영상이 재생되는 경우가 많아서, 계속 시청하는 것이 기본값이 된다. 즉, TV의 시청은 ‘옵트-인(opt-in)’ 구조를, 쇼츠 시청은 ‘옵트-아웃(opt-out)’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중지’가 기본값이고 사용자의 참여 행위가 추가돼야 진행되는 구조인 반면, 후자는 ‘진행’이 기본값이고 사용자의 중지 행위가 있어야 멈추는 구조다. 예를 들어, OTT를 한 달 사용하면 구독이 끝나고 다시 사용자가 구독을 신청하고 사용료를 내서 연장하는 구조라면 옵트-인, 다음 달 구독이 자동으로 연장되고 사용료도 자동이체되고 구독을 중단하고 싶을 때 해지 신청을 하는 구조라면 옵트-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구조가 중간에 멈추기 힘들지는 명확하다. 대부분 OTT 회사들이 옵트-아웃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게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다음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데,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짧은 쇼츠가 아닌 1시간 정도의 긴 동영상이 주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콘텐츠가 자동으로, 그것도 매우 짧은 간격으로(어떨 때는 언제 다음 회가 시작했는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작하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청 시간에 대한 감각 왜곡을 유발한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은 수동적으로 시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쇼츠를 시청하면서 댓글을 확인한다던가, 내용과 관련된 다른 쇼츠를 검색한다던가, 쇼츠에 나온 상품을 검색하는 등의 능동적 행위를 곁들일 때가 많다. 이는 더 강한 몰입을 유발해 뇌를 각성 상태로 유지하도록 해 수면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존재만으로도 우리의 주의를 앗아간다. 우리는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 소리로 잠이 깨고, 스마트폰의 일정표를 보며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폰의 문자와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기에, 스마트폰에 주의를 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이 옆에 있기만 해도 인지 자원을 앗아가서 수행이 떨어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수면학자들이 잘 때 옆에 스마트폰을 두지 말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시 최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가? 제때 잠들지 못해 하루를 멍한 상태로 보내는가? 그렇다면 밤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그 해결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차라리 TV를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요즘 들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물론 TV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나마, 스마트폰보다 상대적으로 아주 조금 더 낫다는 뜻이다. 수면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지금 내 손에 든 스마트폰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잠시 놓아두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5/07/2025050702549.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