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버섯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우선 차가버섯의 숙주인 자작나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작나무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자작나무과(Betulaceae)는 7속(屬) 100종(種)으로 구성됩니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100여종에는 자작나무라 통칭하여 불리우는 것도 있고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그 생김새도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어떤 종류는 키가 2m 정도 밖에 안되는 것도 있고 또 어떤 종류는 키가 20~30m까지 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가지가 뻗어가는 모양이나 잎사귀의 생김새 또한 그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러시아어로 “베료쟈”라 불리는 자작나무는 러시아의 국수(國樹)입니다. 그 넓은 러시아 전역에 걸쳐 서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목재는 물론이고 그 뿌리, 잎사귀, 껍질까지 빠짐없이 러시아인들의 생활에서 밀접하게 이용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 본 플라보노이드, 자일리톨 등도 자작나무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최근 껌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자일리톨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자작나무를 원료로 핀란드에서 자일리톨을 추출하여 껌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넓이가 넓다 보니 러시아에는 아주 많은 종류의 자작나무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약리적 기능이 뛰어나 러시아 정부에서 약초로 분류하는 자작나무도 있습니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Betula Mandshurica, Betula Pendula, Betula Pubescens, Betula Platyphylla가 대표적입니다.
차가버섯은 위의 자작나무 종류 중 Betula Pendula와 Betula Pubescens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Betula Pendula의 러시아 명칭은 “베료쟈 뽀비슬라야”인데 여기서 “뽀비슬라야”는 “축 늘어진” 정도로 해석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Betula Pendula의 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진 모습을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Betula Pubescens의 러시아 명칭은 “베료쟈 뿌쉬스따야”인데 “뿌쉬스따야”라는 형용사는 우리말에서 적절한 대응어가 없습니다. 영어로 비슷한 단어를 굳이 찾자면 “fluffy"정도입니다. ”솜털등이 복슬복슬한“ 정도로 해석됩니다. 자작나뭇잎이 무성한 시기의 모습을 본 러시아인들 특유의 표현이라는 생각입니다.
여하튼 모든 자작나무에서 차가버섯이 자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모든 자작나무에서 자라난 차가버섯이 그 성분이 유사한 것도 아닙니다.
구 소련시절 러시아는 러시아 전역의 약용식물에 대한 매우 세밀한 조사를 통하여 “소련의 약용식물 자원 및 분포”라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차가버섯에 대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차가의 분포권
“차가는 북반구 온대 지역의 전 영토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나, 자작나무 분포권의 경계, 특히 남쪽 경계에 다다르지는 않는다. 차가의 가장 좋은 숙주는 Belula Pendula 와 Betula Pubescens이다. 북쪽과 고산지대의 난장이 자작나무에서는 차가가 발견되지 않았고, 극동의 Betula Costata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차가버섯의 산지는 Betula Pendula와 Betula Pubescens의 서식지와 일치합니다. 위의 사진은 러시아 약용식물 자원 및 분포의 차가버섯 서식지에 대한 지도입니다. 몇몇 차가버섯 관련 사이트에 소개된 적이 있어 꽤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서 차가버섯의 산지를 표시하기 위해 녹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Belula Pendula와 Betula Pubescens의 삼림입니다. 차가버섯의 분포도를 그리기 위해서는 우선 Belula Pendula 와 Betula Pubescens의 서식지를 그려놓고 그 위에 차가버섯에 대한 내용을 그려야 하는 것입니다. 북위 50도 이상 극한의 타이가 삼림 지역이 차가버섯의 주산지임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 하겠습니다.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중국이나 몽골, 중앙아시아에서도 차가버섯이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에서 나온 차가버섯은 영양분이 거의 없습니다. 생물이 영양분을 자기 몸에 저장하는 이유는 미래에 다가올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함입니다. 위의 지역에서 자라나는 차가버섯의 경우 영양분을 자기 몸에 저장할 이유를 가지지 못하며 그 성장속도 또한 매우 빠릅니다. 러시아에서는 몽골 북서쪽에 위치한 알타이 지역에서도 차가버섯을 채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작나무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백두산자작나무를 검색하면 다음의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 특산종으로 양강도(량강도) 대홍단지구, 두만강 유역의 고원지대에서 자라며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에도 퍼져 있다. 높이 2∼5m로 잎은 난형 또는 넓은 난형이고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이며 밑부분이 둔한 것이 다르다."
차가버섯이 자라나는 자작나무의 높이는 일반적으로 20m이상입니다. 백두산자작나무와 같은 키가 작고 산지에서 자라나는 자작나무에서는 차가버섯이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자작나무가 너무 튼튼해서 차가버섯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설사 자라난다고 하더라도 상업화하기에는 매우 적은 양입니다. 또한 시중에서 유통되는 그 품질 또한 전문가의 눈으로 보기엔 안쓰럽습니다.
차가를 판매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시중의 북한산으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가버섯은 중앙아시아산, 중국산, 러시아산, 몽골산 차가버섯이 중국을 통해 북한 회사의 명의를 빌리거나 북한의 항구를 거쳐 수입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통 경로에 대해서는 차가버섯 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입을 조금이라도 해 본 분이시라면 모두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합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와 같이 긴 유통경로를 거쳐 한국으로 들여온 차가버섯은 이미 산화가 충분히 진행되어 전혀 영양분이 없는 이름만 차가버섯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자작나무 차가버섯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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