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다니면 ‘깔딱고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깔딱고개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그 의미가 확 와 닿는다. 깔딱고개는 설악산이나 속리산 같은 큰 산뿐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관악산에도 있다.
관악구 신림동 쪽에서 출발해 정상인 연주대 오르기 직전에 있는 깔딱고개는 등정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코스다. 산행 경험이 적거나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은 깔딱고개를 넘지 못하고 하산하기도 한다.
현대인이 오르고 싶은 산의 정상(頂上)은 ‘건강 장수 100세’라는 봉우리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 남짓이지만, 젊은 세대는 상당수가 100세 장수를 누릴 것이다. 하지만 봉우리가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100세 장수라는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그 앞에 놓인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한국인이 백세봉에 오르기 위한 깔딱고개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2013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자. 50대까지는 암 외에도 자살, 간질환, 운수사고 등 다양한 사망원인이 보이나, 60대를 지나면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압축된다. 통계를 하나 더 보자.
인구 10만명당 사망률 통계를 보면 암이 149명으로 1위, 뇌혈관질환이 50.3명으로 2위, 심혈관질환이 50.2명으로 3위다. <표 참조> 3대 원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합이 47.4%다. 즉, 이 세가지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전체 사망자 2명 중 1명꼴이다.
- ▲ by 유사라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 이른바 사망원인 ‘빅3’는 이미 10년 이상 변함없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순서도 암, 뇌, 심혈관질환순인데, 2012년에 심혈관질환이 잠시 2위에 올랐다가 지난해 뇌혈관 질환에 다시 2위를 내줬다.
하지만 차이는 근소하며, 두 질환이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몇 년 안으로 심혈관 질환이 2위의 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심혈관질환은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에서 암이나 다른 요인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에 올라 있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순서대로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이란 깔딱고개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깔딱고개 3개를 잘 넘을 수 있을까. 암은 잠시 놔두고, 2위와 3위를 보자. 두 질환의 발병 부위는 뇌와 심장으로 다르지만, ‘혈관’이란 공통점이 있다. 한국인 10명 중 2명은 혈관 문제 때문에 죽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혈관을 튼튼하게 잘 관리하면 깔딱고개 3개 중 2개는 잘 넘을 수 있다.
이는 암이라는 마지막 깔딱고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고개다. 혈관질환에 대해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혈관질환의 원인인 동맥경화증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원인은 상당부분 규명돼 있다. 또 막힌 혈관을 넓히거나 뚫는 시술, 혈관이 막히지 않게 혈액을 묽게 해주는 약물 등 혈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우리는 꽤 많이 축적하고 있다.
특히, 혈관은 생활 속에서 몇 가지만 잘 실천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몸속 기관 중 하나다. 먼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비만,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담배는 무조건 끊고, 비만(특히 복부비만)도 악착같이 줄여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도 찾아오지 않게 노력해야겠지만, 이미 찾아왔다면 약물치료, 운동, 식이요법 등을 통해 잘 조절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혈관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과거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연구을 보면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어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 ▲ 한국인 10대 사망원인
이 여섯 가지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깔딱고개를 넘을 수 있는 능력을 꽤 갖춘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바로 운동과 채소·과일 섭취다. 운동이라고 하면 땀을 뻘뻘 흘리며 높은 산을 오르거나, 마라톤, 수영, 축구, 골프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런운동을 할 여건이 되면 좋다.
하지만 갓난아기나 장애인, 환자를 제외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걷기만 꾸준히 해도 혈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혈관 건강을 위해 여섯 가지를 줄이고, 두 가지를 늘리자. 마지막으로 특급 비밀을 하나 덧붙이자면 혈관 건강법의 대부분은 암 예방법이기도 하다.
“혈관은 생활 속에서 몇 가지만 잘 실천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몸속 기관 중 하나다. 혈관 하나만 튼튼하게 잘 관리하면 깔딱고개 3개 중 2개는 잘 넘을 수 있다.“
- ▲ 최동훈
최동훈
연세대의대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혈관병원 진료부장
/ 글 최동훈
/ 월간헬스조선 12월호(6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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